미·이란 간 협상이 12일 결렬되자, 다음 날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항 수출입을 봉쇄(封鎖)한다고 선언했다. 기뢰를 빌미 삼아 보호비 명목의 통행료를 징수하려던 이란의 꼼수에 뒤통수를 친 셈이다. 이란에 돈을 주고 빠져나오는 선박에 대해서도 제재가 가해진다. 이제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원유 확보(原油)를 위해 지난 7일 특사 자격으로 출국했다. 이란 전쟁 39일이 지난 시점이다. 국내 원유 수입량의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늦장 대응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차량 5부제·2부제 등 절약과 최고가격제 시행은 위기 해결의 핵심이 아니다. 원유를 빨리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정부의 당면 과제였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국내 보관 중이던 국제비축분 90만 배럴을 어디론가 빼앗기는 엉터리 같은 일이 일어났다. 호르무즈 해협에 원유의 90%를 의존하는 일본의 대응과 대비된다. 지난 4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내년 초까지) 필요한 석유가 확보되어 있다"고 밝혔다. "아껴야 산다"며 국민들을 다그치는 대신, 3월 한 달 동안 이란 전쟁이 초래한 원유 대란을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총력전(總力戰)을 기울인 성과를 내놓은 것이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란을 비호하고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SNS를, 조작된 영상과 함께 올려 외교 분쟁(外交紛爭)을 격화시키고 있다.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한국을 이란 전쟁 비전투 국가 중 최대 피해국으로 지목했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 역시 한국의 원유 공급 감소 폭이 주요국 중 가장 크다고 보도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이란 전쟁은) 1973년·1979년 오일 쇼크, 2019년 코로나 팬데믹,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욱 심각하다"면서 "오늘 전쟁이 종결된다 해도 세계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1991년 소련 해체와 2001년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을 계기로 확산한, "공산주의든, 신정 독재든, 세습 독재든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하이퍼 글로벌리즘(세계주의)에 중독된 전 세계 좌우 기득권(旣得權) 세력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더 이상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통하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80%가 중국으로 향한다. 해협 봉쇄는 중국에 치명적 타격을 입힌다. 석유가 없으면 산업·경제가 붕괴되고, 시진핑 주석이 그토록 갈망했던 '대만 통일 전쟁' 또한 불가능하게 된다.
전쟁을 겪은 중동 산유국은 송유관을 지중해 쪽으로 개설해 유럽 시장을 개척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도 중동을 보완할 새로운 공급망(供給網)을 모색해야 한다. 세계 최대 석유를 보유한 아메리카 대륙이 급부상할 전망이다. '무임승차' 없는 새로운 세계 질서는 에너지를 기반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괴짜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으로 전쟁을 일으켜, 미국이 위기에 처했다'는 식의 일부 언론 보도는 국민을 호도하고 위기를 키우는 부작용(副作用)을 낳는다. 세계 질서의 기본 틀을 변경함으로써 주도권을 더욱 강력하게 굳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치밀한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