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 함지산 산불 1년, 더딘 복구로 폭우 때 산사태 우려된다

입력 2026-04-14 05:00:00 수정 2026-04-14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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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간 만에 진화됐다가 잔불 정리 중 재발화해 확산했던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진화 완료된 가운데 1일 현장에서 진화헬기가 잔불 정리 및 뒷불 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시간 만에 진화됐다가 잔불 정리 중 재발화해 확산했던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진화 완료된 가운데 1일 현장에서 진화헬기가 잔불 정리 및 뒷불 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4월 28일 함지산을 휩쓴 산불은 산림 259.6㏊를 태우고, 이틀 만에 주불이 진화(鎭火)된 '도심형 대형 산불'로 기록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불이 번지면서 주민 5천여 명이 대피했다. 함지산 산불은 도심도 더 이상 산불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산불 발생 1년이 지났지만, 피해 복구는 더디기만 하다. 조림(造林) 사업과 임도(林道) 조성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여름 집중호우 시 산사태'라는 2차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함지산 곳곳에는 불에 탄 나무들이 방치돼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산불 피해지 복구의 핵심은 속도다. 불에 탄 나무와 고사목(枯死木)은 뿌리의 지지력을 잃어 토양을 붙잡지 못한다. 폭우가 오면 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행정 당국의 대응은 늦다. 북구청은 화재 당시 진화 차량과 인력 접근이 어려웠다는 지적에 따라 임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구청은 산주(山主)들의 동의를 거쳐 하반기에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수십 명이나 되는 산주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하고, 이들 중 일부가 반대하면 노선을 바꿔야 하는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림 복원도 위험목 제거가 마무리되는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한다.

임도 조성과 산림 복원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특히 위험목 제거와 조림 사업을 빨리 마무리해 토양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사유림(私有林)이라 하더라도 공공 안전과 직결된 복구 사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행정 개입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산주 설득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다.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해 사업 추진력을 확보해야 한다.

함지산 산불 이후 행정 당국의 도심형 산불 대응 체계가 강화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특수진화대의 도심 배치, 헬기 투입 확대, 순찰 강화 등은 초기 진화 역량을 끌어올리는 의미 있는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