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또 '종전선언'을 꺼냈다. 제76차 유엔총회 기조 연설에서 "'종전선언'이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지난해 9월 제75차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도 "종전선언은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 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라고 했다. 이 방송 연설 4~5시간 전에 북한이 우리 해수부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는데도 청와대는 "이미 녹화가 된 것"이라며 방송을 강행했다.
그러고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유엔 연설 보름 만에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며 똑같은 말을 했다. 2018년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같은 소리를 늘어놓았다. 이쯤 되면 '종전선언 집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논리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말이 안 되는 소리를 장소와 시간을 바꿔 집요하게 되풀이하니 그렇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북한 비핵화다. 북한의 핵 능력은 이미 고도화됐다. 그리고 지난달과 이달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확인해 주었듯이 북한은 핵 시설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판국에 종전선언 소리를 다시 한다는 것은 아무리 너그럽게 봐도 정상이라고 하기 어렵다.
북핵 폐기가 선행되지 않은 종전선언은 북한 핵무장을 기정사실로 인정해 남한 국민을 북한 김정은의 핵 인질로 내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종전선언으로 시작해 평화체제 구축으로 끝나는 문재인식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만큼 허황된 것도 없다. 문 대통령은 이를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하지만 국제사회는 겉으로는 들어주는 척해도 속으로는 '잠꼬대'라고 비웃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 15일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앞서 13일에는 장거리 순항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종전선언' 타령을 했다.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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