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 시공이 부른 월성원전 부지 내 방사성 물질 유출

입력 2021-09-13 05:00:00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토양과 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월성원전 1호기 내 사용 후 핵연료 저장소(SFB) 주변 땅 밑에서 최대 0.37Bq/g의 세슘-137이 검출됐고 물 시료에서는 최대 75만6천Bq/g의 삼중수소와 최대 0.14Bq/g의 세슘-137이 확인됐다. 암을 일으키거나 장기에 손상을 주는 치명적 물질이 원전에서 20여 년간 누출된 것으로 추정된다는데 여간 심각하지 않다.

원안위가 밝힌 조사 내용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부실 시공이 화근이었다. 1997년 월성원전 1호기 SFB에 생긴 차수막 균열에 대한 보수 공사를 엉터리로 한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 방사성 물질을 차단하는 차수막은 바닥 끝까지 시공되지 않았으며 콘크리트 벽에 바른 에폭시의 방수 성능이 떨어져 이음부에서 방사성 물질이 새어 나왔다. 2012년 실시된 지반공사 때 설치한 기둥은 오히려 차수막에 구멍을 냈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잘못이 크다. 월성원전 SFB에서 방사성 물질이 새어 나오는 사실이 확인된 계기는 2019년 월성원전 3호기 터빈 갤러리 맨홀 안의 고인 물에서 고농도 삼중수소가 검출되면서부터다. 주민 불안감이 커지면서 조사단 및 협의체가 구성돼 활동에 들어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방사성 물질 유출 사실 자체를 까맣게 몰랐을 수 있다.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이 보인 대응은 실망스럽다. 원안위 조사단 관계자들이 다수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보면 한수원이 이번 조사에 비협조적이었다고 하는데 사실이라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이다. 이번 사안이 덮고 감출 일인가. 적잖은 시간이 지났지만 부실 공사가 왜 있었는지 낱낱이 밝혀 내고 위법에 대한 문책 및 처벌이 있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방사성 물질의 원전 밖 유출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추가 조사를 통해 주민 불안을 말끔히 종식시키고 재발 방지책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