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코발트광산 희생자 유족에 국가가 위자료 지급해야"

입력 2021-09-10 16:45:06

"아내에게 위자료 4천만원, 딸에게 위자료 4천800만원 지급"
1950년 7~8월 군경에 민간인 집단 학살돼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한국전쟁 중 경북 경산코발트광산에서 민간인들이 군경에 의해 집단 희생된 사건과 관련해 국가가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3-1민사부(부장판사 정석원)는 10일 경산코발트광산에서 희생된 A(당시 32세) 씨의 아내와 딸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국가는 이들에게 각각 4천만원, 4천8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당시 내무부 치안국은 전국 각 도의 경찰국장에게 전국 보도연맹원 및 요시찰인에 대한 예비 검속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대구형무소 재소자들과 경산, 청도, 대구, 영동 등지에서 끌려온 국민보도연맹원 및 요시찰 대상자들은 같은 해 7~8월 방첩부대의 분류 작업을 거쳐 경산시 코발트광산 등 여러 곳에서 군경에 의해 사살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A씨에 대해 2009년 11월 경산코발트광산 사건 희생자임을 확인·추정하는 내용의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의 아내와 딸은 국가를 상대로 각각 4천만원, 8천8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7년 12월 1심 및 이듬해 10월 2심 법원은 "진상규명 결정이 있었던 2009년 11월로부터 단기 소멸시효 기간인 3년이 지났다"며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대법원은 "손해 발생을 안 날은 진실규명 결정일이 아닌 진실규명 결정 통지서가 송달된 날이다"며 "원고들에게는 진실규명 결정 통지서가 송달된 적이 없어서 이 사건은 단기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친척들로부터 A씨가 경산코발트광산에서 처벌됐다고 전해 들은 점, 과거 경찰 기록과 신고 내역 등에 비추어 볼 때 A씨는 해당 사건에서 학살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경찰, 군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민간인을 살해했고 이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유족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이 겼었을 정신적 고통,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A씨의 사망 당시 일실수입 산정을 위한 통계 소득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배우자에 대해서는 4천만원,딸에 대해서는 4천800만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경산코발트광산 사건에서 희생된 민간인은 1천800여 명(정부 추산)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경산코발트광산 유족회 측은 3천500여 명이 희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