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이 뭐길래 계급표?…"받아도, 못 받아도 박탈감"

입력 2021-09-10 16:33:59 수정 2021-09-10 21:33:53

소득 상위 12% 성골·진골·6두품…하위 88%는 평민·노비로 표현
구·군 관련 민원으로 업무 지장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돌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돌고 있는 '재난지원금 계급표'.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지난 6일부터 소득 하위 88%에 속하는 개인에게 지급이 시작된 5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인터넷에서는 '재난지원금 계급표'까지 등장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는 '재난지원금 계급표'는 신라시대 골품제에 재난지원금 소득기준을 빗대 계급을 나눴다. 재산세 과세표준·금융소득·건강보험료 기준을 모두 초과한 사람을 '성골', 금융소득과 건강보험료 기준을 초과한 사람을 '진골', 건강보험료 기준만 초과한 사람을 '6두품',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평민', 재난지원금에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 저소득층 추가 지원금 10만원을 더 받는 사람을 '노비'로 칭하고 있다.

이 게시물을 본 시민들은 착잡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건강보험료 기준을 넘긴 탓에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밀려난 박남순(45) 씨는 "계급표에 따르면 6두품은 되는 모양인데 실제 생활비나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평민 수준"이라며 "차라리 진짜 진골, 성골이었으면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소리라도 듣지, 이렇게 제외되니 박탈감만 느낀다"고 했다. 정사나(40) 씨는 "받으면서 '내가 상위 12%에도 못 드는 가난뱅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받으면 받는 대로, 못 받으면 못 받는 대로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니 차라리 전 국민 일괄지급이 나을 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구·군청은 재난지원금 관련 민원으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수성구청의 재난지원금 업무 담당 공무원은 "재난지원금 민원 콜센터에 하루 500통 넘게 전화가 오고, 인터넷을 통한 이의신청 또한 하루 200건이 넘어 해결 권장 기간인 3주 안에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침과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안내해도 지침과 규정 자체를 따지는 분들이 많아 대응도 어렵다"고 했다.

국민권익위원회 민원 빅데이터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6일부터 9일까지 접수된 재난지원금 이의 신청은 5만4천여 건에 이른다.

이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판단이 애매모호하면 가능한 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