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현철 사회부장
코로나19와 싸움에서 승리가 아닌, 공존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코로나19 확산세를 통제하는 동시에 방역 지침을 완화하는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 시기가 머잖아 보인다. 전문가 사이에서 그 시기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위드 코로나 시대 도래는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정부도 이미 위드 코로나 방침을 정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위드 코로나 전환 시점을 10월 말로 전망했다. 관건은 백신 접종률을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리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백신 수급 문제 해결과 함께 백신 접종만이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다는 국민적 신뢰를 높여야 한다. 방역 완화로 확진자가 늘어나더라도 치명률은 낮아져야만 위드 코로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방해하는 대표적인 것은 코로나19 백신 오접종 사고에 따른 '백신 포비아(공포증)' 확산세다.
대구에서도 지난 2일과 3일 한 병원에서 냉장 유효기간이 9월 1일까지인 화이자 백신을 20∼50대 61명에게 접종하는 등 최근 들어 전국에서 오접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유효기한이 지난 화이자 백신을 맞은 20대 접종자는 미열과 함께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복부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나흘 뒤에도 여전히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병원으로부터 '접종한 백신이 유효기한이 지났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유통기간이 지난 식품을 먹어도 불안한데, 생명과 직결된 백신을 허술하게 관리했다니 황당하다.
화이자 백신은 상자에 해동 시작 일시와 유효기간이 적혀 있지만, 개별 바이알(병)에는 날짜를 표시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화이자 백신에서 유독 오접종 사례가 잦은 이유로 유효기간이 헷갈리게 표기된 것이 거론된다. 하지만 간단한 교육과 주의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변명이 될 수 없다.
한국에서 이뤄진 코로나19 백신 오접종 사례는 6일 기준 1천38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895건과 비교하면 열흘 새 491건이 늘어난 것이다. 이 중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사용하거나 허용되지 않은 교차 접종을 시행한 '백신 종류 및 보관 오류'가 806건(58.1%)으로 가장 많았다.
백신 접종 사고가 숙지지 않으면서 아예 접종을 받지 않겠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제6차(8월) '코로나19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 중 예방접종을 받을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14.5%로 한 달 전의 7.9%보다 6.6%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는 '예방접종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 때문'(81.6%)으로 나타났다.
위드 코로나를 위해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접종하거나 다른 백신을 접종하는 오접종 사례 등으로 인한 백신 포비아를 잠재우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부는 백신 오접종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점검과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 교육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백신 오접종 사고를 낸 의료기관들에 대한 강한 제재도 필요하다. 정부가 백신 접종을 철저히 관리·감독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현장의 의료진도 접종 시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위드 코로나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백신이다. 백신 오접종 사고는 위드 코로나로 가는 길을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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