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음성 확인서 없어서…응급실 환자·보호자 '생이별'

입력 2021-09-02 18:06:14 수정 2021-09-02 22:09:46

의료시설 출입 제한 강화 혼란…"아파서 입원할 것 미리 알고 진단검사 받는 사람 어딨나"
병원도 잦은 실랑이에 난감

기사 내용과 상관 없는 자료사진.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2일 오후 대구 칠성시장에서 상인회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기사 내용과 상관 없는 자료사진.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2일 오후 대구 칠성시장에서 상인회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달서구에 사는 A씨는 최근 4살 아이가 골절상을 입어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보호자가 병원 안으로 들어가려면 코로나19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아프다며 엄마를 찾는 아이를 뒤로 하고 A씨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A씨는 "울고 불며 매달리는 아이를 진정시키고 진단검사를 받은 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너무 힘들었다. 몇 주 뒤 철심을 제거하는 수술을 다시 받아야 하는데 같은 일을 반복할 생각에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했다.

대구시가 의료시설 방역대책 일환으로 보호자에 대한 출입 제한을 강화하자 병원 현장에서는 환자와 보호자가 생이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보호자의 의료시설 출입을 1명으로 제한하고, 출입을 위해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내야 하는데, 권고사항에 불과해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달 25일 병원급 의료시설 특별방역대책을 마련하며 보호자가 출입할 경우 ▷72시간 이내 실시한 코로나19 '음성' 결과 확인 ▷보호자 1인에 한해 등록 관리 ▷등록된 관리자만 병원 내 출입 가능 등을 권고했다.

이를 두고 현장을 고려하지 못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들은 '아파서 입원할 것을 미리 알고 진단검사를 받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입을 모았다.

B(59) 씨는 "응급실로 간 가족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데,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가 없다고 보호자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생이별하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1분 1초가 급한 응급환자인데 미리 아플 것을 알고 사전에 음성확인서를 준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다"고 했다.

보호자에 대한 지침이 의무사항이 아닌 점도 문제다. 병원이 자체적으로 지켜야 하는 권고사항에 불과해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안모(29) 씨는 "병원마다 준수 여부가 다른 탓에 음성확인서 없이도 출입할 수 없는 병원을 수소문하게 된다. 차라리 병원에 맡길 것이 아니라 행정명령을 통해 의무사항으로 통일해야 방역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병원 측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음성확인서를 미리 준비해오는 보호자들도 없을뿐만아니라 출입을 제한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응급환자와 같이 오는 보호자 상당수가 음성확인서를 갖고 오지 않는다.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4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출입관리 요원에게 욕설을 하거나 들여보내달라고 떼를 쓰는 등 민원이 수시로 발생한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의료시설이 강력한 권고사항에 동참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수시로 하고 있다. 외부로부터 감염원이 병원으로 들어오게 되면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어 개개인의 사정을 배려해주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