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GSGG 만반잘부(만나서 반갑고 잘 부탁해)

입력 2021-09-02 15:27:51 수정 2021-09-03 20:04:26

우리나라 대표 위정자 풍자 콘텐츠인 하회별신굿탈놀이. 안동 하회마을 홈페이지
우리나라 대표 위정자 풍자 콘텐츠인 하회별신굿탈놀이. 안동 하회마을 홈페이지
황희진 디지털뉴스부 기자
황희진 디지털뉴스부 기자

요즘 온라인 뉴스 댓글란에 꽤 자주 보이는 신조어가 있다. GSGG(지에스지지)다.

언론중재법 국회 본회의 상정이 무산된 직후인 지난달 31일 새벽,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자기 페이스북에 현 국회의장을 직함도 존칭도 빼고 "박병석~~"이라고 부르며 붙인 단어다.

이게 우리나라 대표 욕 중 하나인 '개XX'의 자음을 영문 알파벳으로 음차한 줄임말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승원 의원은 언론에 'Governor Serves General G'의 약자라며 '정치권력은 일반의지에 봉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금태섭 전 의원은 "모욕을 당한 것은 박병석 의장 개인이 아니라 그가 대표하는 국민 전체"라며 징계를 주장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그렇게 훌륭한 단어를 왜 삭제했느냐"며 억지 변명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문재인 정권은 GSGG인가, 아닌가"라고 물으며 의도를 비꼬았다.

이런 와중에 GSGG는 최신 온라인 유행, 밈(Meme)으로 퍼지는 모습이다.

밈의 특징은 확산이다. 일단 요즘 많이 쏟아지는 김승원 의원 관련 뉴스에 달고, 나아가 정부 여당 관련 뉴스에 적고, 세상 화 나는 뉴스에도 평소 쓰던 과격한 표현들 대신 쓴다. 적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것이다.

밈의 또 다른 특징은 간결함이다. 뉴스에 진지한 장문 댓글을 다는 사람은 언론 관련 학계·단체의 기대만큼 많지 않고, 가령 다수는 뉴스에 등장한 정치인에 대해 굵고 짧은 한줄평을 많이 다는데, 이 한 줄짜리도 GSGG가 단 4번의 타자(또는 터치)로 축약해 버린 사례가 꽤 발견된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으니 피로감이 적어 즐겨 쓰게 된다는 해석이다.

이어지는 밈의 특징은 패러디다. 아직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G가 꼭 들어간 줄임말이 더러 눈에 띈다. 요즘 유행하는 접두어를 붙인 K-GSGG, 좀 더 강한 느낌의 GSKK, 연관 표현을 음차한 GGTSR….

그런데 한 가지 우려가 제기된다. 금태섭 전 의원도 지적했듯이 이게 모욕적 표현일 수 있어서다. 지금까지 뉴스에 GSGG라고 댓글 단 국민들은 모욕죄를 저지른 걸까. 경찰서로 불려 가야 하는 걸까.

사실 이 문제는 GSGG 창제자 김승원 의원이 애초에 해결해 줬다. '일반의지에 봉사하시라'고, 정치인에게 충분히 할 수 있는 덕담이라고, 자신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그걸 얘기한 거라고 설명한 것.

다만 밈은 언젠간 유행을 멈춘다. 1960, 70년대에 유행하다 사라진 아더메치(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해)나 유지징(유치하고 지겹고 징그러워)처럼 GSGG도 흘러간 옛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인기리에 쓰이지 않을까. 이 뜻이 맞냐 저 뜻이 맞냐를 떠나서, 분명 욕 같은데 욕이 아니라며 'General G' 같은 듣도 보도 못한 변명을 자신 있게 들이미는 모습이, 닮은꼴 변명으로 계속 땜질하는 부동산이며 일자리며 각종 정부 정책 및 정치인들의 말·행동을 떠올리게 만들어서다. 단 4자짜리 풍자다.

어쩌면, 지난해 비슷한 맥락에서 유행한 '내로남불'이 좀 식상해지자 국민들이 갈구하게 된 새 표현을, 김승원 의원이 의도치 않게 제공한 것 같기도 하다. 애초에 쓸 일이 없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이왕 이렇게 됐으니 세상이 좀 달라지길 바라며 위정자를 향해 누구라도 던져볼 수 있는 그 말, GSGG. 만나서 반갑고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