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듣기의 기술’에서 시작

입력 2021-09-04 06:30:00

좋은 관계는 듣기에서 시작된다 / 케이트 머피 지음 /김성환·최설민 옮김 / 21세기 북스 펴냄

상대방에게 귀 기울이는 것은 유대를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상대방에게 귀 기울이는 것은 유대를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해서라면 설득, 협상, 주장을 잘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듣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진정으로 귀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과 '잘 듣는 방법과 기술'에 대해서는 거의 듣지 못했다. 늘 대화에 끌려다니지 말고 대화를 주도하도록 훈련받아왔기 때문에, 집중하기보다는 나의 주장을 더 내세우려고 한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듣는 사람의 반응과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이 정서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순간은 전체 대화 시간의 5%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상대의 말을 끊는 시간도 예전보다 빨라졌다. 사람들은 상대의 말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기만 하면,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끼어들 태세부터 갖춘다. 연구자들이 대화 중 화자와 청자의 역할이 뒤바뀌는 5만여 개의 구간을 분석해 도식화한 결과, -1초와 1초 사이의 구간에서 그래프가 극적으로 치솟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말에 '진정으로 귀 기울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은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에서 활동하는 인터뷰 전문 기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현대 사회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 실패의 해결책을 '듣기 행위'에서 찾으며, 듣는 능력을 잃어버린 이 시대의 트렌드를 뒤집을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은 듣기 능력을 끊임없이 정제하고 증대하는 여러 가지 기술을 일러준다. 듣기 능력이 예술적 경지에 가까운 수준에 이른 사람들의 사례를 보여주며, 이들이 어떻게 인간관계를 효과적으로 맺고 있는지 '듣기의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제시한다.

듣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동의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단지 상대의 관점도 타당할 수 있다는 사실과 상대에게도 배울 만한 점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수의 진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모든 진실을 다 이해할 경우 더 큰 진리에 도달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듣기 능력이 훌륭한 사람들은 이해의 과정이 이분법적이지 않다는 점을 잘 안다. 즉, 이해는 하거나 못 하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 향상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듣기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쉬운 행위라고 생각하는 만큼, 대부분의 듣기 능력은 현저히 부족한 상태"라며 "반대되는 관점에 귀 기울이는 것만이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역설한다. 348쪽, 1만7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