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포항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여중생 5명이 또래 학생 A양을 수시간 폭행했다. 여럿이 둘러싸고 머리와 얼굴, 몸을 무차별적으로 때리고 발로 찼다. 또한 기절한 A양 위에 올라타 성폭행을 일삼고 입속에 침 뱉기와 담배로 지지기 등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A양은 자칫 숨질 수 있는 극한의 상황까지 몰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술 더 떠 이를 영상통화와 동영상으로 자랑하듯 또래 친구들에게 실시간으로 유포했다는 것이다. A양이 조건 만남을 거부하고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중학생들이 조폭들이나 할 수준의 악랄함을 드러낸 것이나, 이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뻔뻔함은 영화 장면을 방불케 했다.
수많은 학교폭력이 그렇듯 이번 사건도 우리 사회 안전망의 허점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교육부나 여성가족부 등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이 내놓은 학교폭력 관련 프로그램은 넘치고 넘친다. 하지만 과연 이런 것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것일까.
이번 사건을 저지른 가해 학생들에게로 돌아가보자.
이들은 모두 학교전담경찰관(SPO)이 관리하는 '위기청소년'(가출이나 학업 중단, 폭력 등의 행동을 지속하며 사회적으로 잘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이다.
하지만 이미 수개월째 등교를 하지 않아 사실상 '관리 밖'에 있었다. 경찰은 관리 대상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으면 제도적 강제성이 없어 실질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교폭력 관련 프로그램은 학교 내에서만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사건처럼 문제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이지 않으면 그들은 어른들의 관리 밖에 놓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공백을 정책 당국이나 관련 기관에 무작정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결국 공백을 메꾸는 주체는 부모가 돼야 한다.
문제는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들 상당수가 '나 몰라라'며 책임 회피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가해 학생 부모들은 하나같이 자녀가 잘못한 일을 자신에게 왜 따지냐는 둥 자신의 자녀는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경찰에 진술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부모 참여 없이는 학교폭력에 있어 문제 해결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부모는 물론, 학교폭력이나 비행의 가능성이 높은 학생의 부모들까지 문제 해결에 참여시키고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청소년의 경우 부모 대상 교육을 체계화하고 이에 비협조적이면 어느 정도 강제성을 부과하는 정책적 접근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부모가 자녀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전문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다양하게 지원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학교와 전문기관, 정책 당국, 부모 사이의 유기적인 연결 고리가 탄탄해져야 학교폭력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 정책 당국과 관련 기관들이 이 같은 공조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깊은 연구와 고찰이 필요한 이유다.
학교폭력이 이슈가 될 때마다 가해 학생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다.
경우에 따라 가해 학생에 대한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좀 더 '디테일'이 필요하고, 그 핵심에 부모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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