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의 술과 인문학]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입력 2020-12-18 15:00:00

건배는 건강과 배려의 함축어다. 건배의 유래를 살펴보면 건배 때 잔을 가볍게 부딪치는 것은 옛날에 손님에게 술을 대접할 때 그 술에 독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손님과 주인의 술잔에 동시에 술을 따라 동시에 술을 마시는 습관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일찍이 서양 사회는 유목과 교역이 빈번해 항상 낯선 사람과 공존해야 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마시는 술과 똑같이 독이 없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건배한 뒤 동시에 술을 마신다는 것이다.

건배의 문화는 대작 문화권에 속한 동양 쪽에 유독 발달 되어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연회 석상에서 상대방이나 공동운명체를 위한 축원이 담긴 건배가 미덕으로 전래 되어 오고 있다. 술좌석에서 건배는 서로의 우정과 그들의 좋은 관계를 확인하려 한다. 여기에서 술은 건배로 인해 결속되는 사람들의 공동체, 우정, 형제애를 보장하는 상징이 되고, 그 확인과 보장의 매개체로서 술이 신성시되는 것이다.

건배의 목적과 의도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술좌석의 모든 이들에게 공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건강을 위한 기원, 술을 시원하게 마시라는 촉구, 특정한 집단이나 일이 잘되라는 염원 등의 최대공약수 적 함의가 건배사로 무난한 것이다. 축배 할 때 쓰이는 말은 장소와 때에 따라서 다르고, 세계 각국에서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할 때는 쓰는 말이 다르다.

미국 '굿 헬스(건강을 위하여)', '보텀스 업(잔을 비우라)', 영국 '치어스(기분 내라)', 프랑스 '아보트르 상테(당신의 건강을 위하여)', 캐나다 '토스트', 독일, 네덜란드 '프로스트', 스페인, 멕시코 '살루으', 브라질 '사우데', 이탈리아 '알라 살루테', 중국 '간배이', 일본 '감빠이', 러시아 '스 하로쇼네 즈다로비예', 북유럽에선 '스콜(건강)'이라고 소리친다.

공식적인 연회에서는 디저트 후나 인사를 하기 전 건배를 하고, 결혼·피로연 등 사적인 연회에서는 식사가 시작되기 전 건배를 하는 것이 보통인데, 최근 우리의 주당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재미있는 건배 구호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명품백(명퇴조심/품위유지/백수방지), 무조건(무지힘들어도/조금만참고/건승하자), 그래도(그래/내일은/도약할거야), 뚝배기(뚝심있게/배짱있게/기운차게),

사이다(사고치지말고/이제/다함께가자), 상한가(상심하지말고/한숨쉬지말고/가슴을펴자), 비행기(비전을가지고/행동으로옮기면/기적이일어난다), 모바일(모든일이/바라는대로/일어나라), 오이지(오늘처럼/이렇게행복하게/지내자), 청춘은 (다함께)용기다, 꿈은 (다함께)이루어진다, 샘솟는 열정 (다함께)끝 없는 도전, 위기를 (다같이)기회로, 연탄처럼 뜨겁게 (다함께)사랑하자, 소취하 (다함께)당취평! 소주에 취하면 하루가 즐겁고, 당신에게 취하면, 평생이 즐겁다.

인생을 살아가는 길은 전쟁이며, 승자 되는 삶이란 그냥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12월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한해를 돌이켜보면서 좀 더 열심히, 좀 더 치열하게 살아오지 못한 자신에 대한 후회와 늘 아쉬움만 남는다. 테레사 수녀의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삶은 한해가 또 후딱 지나가 버리는 순간과 찰나 같은 인생길을 걷고 있다.

어김없이 찾아온 연말연시 송년 모임은 모두 취소되고 즐겁고 들뜬 마음도, "연말 가기 전에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은 온데간데없고, 모두가 "코로나 진정되면 보자"라는 말뿐이다. 가족들과 오붓이 따뜻한 연말을 보내면서 내년엔 거리에 사람들이 가득 찬 모습을 기대해보자. 올 연말 파티는 가족들과 집에서 건배사는 '코로나'로 하자. 코(로나 끝나면 괌 말고), 로(스엔젤레스에 가고 싶다), 나(와 우리 모두도 코로나 예방하자)!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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