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기부자들 "어려운 이웃 재기 돕도록 기업 이윤 사회에 환원해야"
개인 기부자들 "코로나19 속 힘든 이웃들 보니 내 어린시절 떠올라"
10년 간 해온 정기 기부, 경력 단절 될까 그만두지 못하는 경우도
올 2월 코로나19 창궐로 시작된 기부의 손길이 연말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유도 '사회 환원을 위해', '자녀에게 나눔을 교육하고자', '어려운 이웃의 재기를 돕고자' 등 다양하다. 이러한 나눔의 마음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기부 이유는 다양하지만 기부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어려울수록 남을 위해 더 뭉쳐야 한다'는 마음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지금 내가 베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누려는 마음은 선한 바이러스처럼 퍼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좋아하는 연예인을 후원하는 방식인 '선한 영향력'도 조명받고 있다. 팬클럽들은 직접 기부 대상, 물품 등을 선별해 스타의 이름으로 자발적 기부에 나서고 있다.
◆ 왜 기부를 하는가
대다수 단체 장기 기부자들은 기부 동력으로 '기업 혹은 대표로서의 책임감'을 꼽았다. 코로나19로 회사 매출에 타격이 큼에도 기업이 마땅히 지켜야할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다.
5개 복지 단체에 후원하고 있다는 건설업체 대표 A(63) 씨는 "어린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형편상 밥을 못 먹어 물로 배를 채우는 날이 많았다. 당시 나를 불쌍히 여기고 따뜻한 밥 한 끼 준 주위 이웃들을 잊을 수 없었다"며 "남들의 도움을 받고 성장한 만큼 나의 경제적 풍요를 사회로 되돌려주는 것이 기업을 이끄는 자의 도리"라고 말했다. A씨 회사 역시 코로나19로 매출이 30% 이상 급감했지만 후원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어려운 이웃들의 재기를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었다. 적은 금액이지만 꺼져가는 가정의 불씨를 살릴 수 있기에 기부를 그만 둘 수 없다는 것이다.
매일신문 이웃사랑 코너에 10년간 기부해온 신철범 금강엘이디 대표는 "한 번의 성금만으로는 어려운 가정들이 처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구나'하는 메시지를 던져주기에 그 자체가 희망이 된다"고 했다.
개인 기부자들의 기부 동력은 '공감 DNA'라고 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나 경제 형편이 넉넉지 못했던 시절 등이 떠올라 코로나19 속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웃들의 소식에 기부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아이들을 후원하는 복지기관에 성금을 보낸다는 B(48) 씨는 "어렸을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밥을 굶는 날이 잦았다. 코로나19로 밥을 못 먹는 아이들이 많다는 기사를 보니 내 어린시절이 떠올라 기부금을 보냈다"며 "나 역시 코로나19로 수입이 줄어 큰 금액은 아니라도 아이들이 밥 한끼라도 제대로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돕고 있다"고 했다.
'자녀를 위해 기부에 나선다'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남에게 베풀 줄 알아야 한다는 자세를 자녀들에게 교육하고자 본인 이름 대신 자녀의 이름으로 성금을 보내거나, 아이들이 스스로 기부에 나서도록 돕는 부모가 적잖다.
어린이재단에 50만원의 기부금을 보낸 C(37)씨는 "재난 상황 속 남들에게 베풀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아이들의 이름으로 기부를 했다"며 "아직 나이가 어려 아이들이 얼마나 체감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일을 한다고 전해주니 스스로 뿌듯해하더라"고 전했다.

기부 경력 단절이 두려워 기부를 멈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10년 이상 꾸준히 지속해온 기부가 곧 본인의 경력이라는 것이다.
매일신문 이웃사랑 정기기부자 D(59) 씨는 "처음 1~2년 기부를 했을 땐 솔직히 의미 없이 돈만 보냈다. 하지만 햇수가 쌓이다 보니까 이것도 나의 경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코로나19로 형편이 어려워져 기부금액을 낮추긴 했지만 기부를 중단하진 못하겠더라. 공든 탑이 무너지는 느낌이라 힘 닿는 동안에는 꾸준히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연예인 팬클럽들의 전향, '선한 영향력'
최근 들어서는 색다른 기부 방식도 꿈틀거린다. 이른바 '팬클럽 기부'다. '선물 조공'을 '기부' 로 바꾸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가치를 드높이는 것이다.
이런 '팬클럽 기부' 트렌드는 코로나19 속에서 한층 더 빛난다. 마스크 기부, 성금 지원 등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스타들이 기부하면 팬들도 뒤따라 기부 행렬에 동참하는 식이다. 가수 아이유(유애나), 방탄소년단(아미) 등 팬클럽 기부가 '선한 영향력'의 대표 사례다.
대구경북에서도 각각 대구와 안동이 고향인 트로트 가수 이찬원(찬스), 영탁(영탁이 딱이야)의 팬클럽이 기부에 앞장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능동적인 기부 DNA'를 지녀 일회성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자신들이 응원하고 지지하는 가수의 '선한 영향력' 이미지에 어울리는 기부 방법을 논의하면서 어디에, 무엇이 필요한지 직접 조사하는 등 'A부터 Z까지 맞춤 기부 서비스'에 나서기 때문이다. 심지어 팬클럽 내에서 마음 맞는 이들이 기부 소모임을 꾸리는 등 다양한 기부 형태들로 파생되기도 한다.
트로트가수 이찬원 팬클럽 '찬스' 운영진은 "찬원님의 이름으로 어려운 이웃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부'를 시작했다"며 "SNS 채팅방에서 930명 가까이 되는 다른 회원들을 대상으로 무엇을 전달할지 조사를 한 뒤 함께 정한다"고 말했다.
복지기관의 기부 캠페인에 특정 팬클럽이 협업하는 형태는 새로운 기부의 모범 사례로 자리잡기도 했다. 지난 6월 영탁 팬클럽 '영탁이 딱이야' 회원 2천여 명은 긴급재난지원금의 10%를 기부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대구지역 가정을 돕는 사회복지법인 가정복지회의 '찐기부야 챌린지'에 동참, 5천676만원이 넘는 성금을 전했다.
권혁철 가정복지회 자원개발본부장은 "팬클럽 기부 문화 자체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코로나19로 굉장히 활발해졌다"며 "후원금 사용과 내역을 팬클럽과 같이 공유하며 기부자들도 다른 기부 캠페인에 적극 아이디어를 내는 등 선순환 구조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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