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코로나 열화상카메라는 산업용…'있으나 마나'

입력 2020-10-19 18:35:42 수정 2020-10-19 20:17:22

수치 정확도 무용지물 논란…비용 문제 이유로 산업용 설치
오차범위 ±2도로 사실상 감염 의심자 분간 어려워
역 주변 '고온 의심자' 못 잡아…의료용 카메라 구입·활용해야
대구도시철도공사, 다음달 중순까지 운용한 뒤 철수 검토

16일 오후 동대구역 대합실에 설치한
16일 오후 동대구역 대합실에 설치한 '열화상카메라' 앞으로 외지인들이 통과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열화상 카메라 3대를 운용하고 있지만 지난 4개월간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가려낸 건수는 '0' 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열화상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1~2도 정도의 오차 범위를 가지고 있는 데다 2~3초 가량 멈춰 서 있어야 정확하게 측정이 가능한데 유동인구가 많은 동대구역에서는 일일이 체온을 잴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동대구역을 비롯한 교통중심지나 행정기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거점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문제 등을 이유로 지역 열화상카메라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산업용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대구역 대합실에 배치된 열화상카메라는 지역 코로나19 확진세가 잠잠해진 5월 이후 고온 의심자를 단 한 명도 잡지 못했다. 동대구역 열화상카메라를 관리하는 대구시는 36.5℃를 넘을 경우 따로 마련된 체온계로 체온을 재차 측정하고 있지만 열화상카메라가 주변 기온 등 변수가 많아 수치를 정확히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구도시철도 반월당역(2호선)과 아양교역, 동대구역에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한 대구도시철도공사도 아직까지 체온이 높은 승객이 다녀간 사례가 없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우선 11월 20일까지 열화상카메라를 운용한 뒤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날이 쌀쌀하면 열화상카메라 수치도 덩달아 조금 낮게 표시되는 등 완전히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늦추지 않도록 하는 정도의 효과만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열화상카메라 기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말마다 대구와 포항을 오가는 강모(29) 씨는 "반년 넘게 매주 두 번씩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를 지나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열이 높다고 나온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한 달 전 감기를 심하게 앓아 코로나19 검사까지 받은 적이 있는데 여전히 미열이 있다고 느꼈지만 열화상카메라 화면에 나온 체온은 36.0도로 오히려 정상 체온보다 낮았다. 확진자를 제대로 걸러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헀다.

업계에서는 비용문제 등을 이유로 지역 열화상카메라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산업용이어서 감염 의심자를 걸러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지역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산업용 열화상카메라는 오차범위가 ±2도로 체온이 1도만 높아도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제 기능을 할 수가 없다"며 "동대구역 등 지역 주요 거점만이라도 오차범위 ±0.5도 수준의 의료용 열화상카메라를 구입하거나 비접촉식 체온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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