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영주댐 수호' 범시민 결의대회 '대정부 투쟁' 방불

입력 2020-10-15 16:26:52 수정 2020-10-16 08:22:57

"불통·무대책 방류" 지역 정치권도 머리띠 사맸다
이철우 지사 댐 방류 저지 "물 관리 지역민들이 할 것"
장욱현 시장 재협의 요구 "녹조가 댐 철거 변수 안돼"
고우현 道의장 투쟁 결의 "경북 땅 지키기 힘 보탠다"
환경부 협의체 확대 계획 "지역민 의견 계속해 파악"

15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영주댐 수문 아래에서 지역 주민들이 댐 방류를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5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영주댐 수문 아래에서 지역 주민들이 댐 방류를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김학동 예천군수, 권영세 안동시장, 장욱현 영주시장, 엄태항 봉화군수(왼쪽부터)가 15일 영주댐 수호를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마경대 기자
김학동 예천군수, 권영세 안동시장, 장욱현 영주시장, 엄태항 봉화군수(왼쪽부터)가 15일 영주댐 수호를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마경대 기자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실감납니다!"

15일 영주댐 하류 용혈폭포 맞은편 주차장에서 열린 영주댐 수호를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는 지역 정치인과 시민들이 하나로 똘똘 뭉친 대정부 투쟁장이었다. 강성국 수호추진위원장은 대회사를 하는 동안 "영주댐 수호"를 외치다 눈물을 글썽였다. 지역 정치인들은 영주댐 방류 결정을 막아내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강성국 수호추진위원장은 "영주시민 동의 없는 댐 방류는 절대로 안 된다"며 "방류 결정을 영주댐협의체에 넘기고 책임을 회피하는 환경부 장관은 물러나야 하고, 영주댐협의체는 해체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의대회가 열린 용혈폭포 맞은편 주차장에는 '결사투쟁'이란 글귀가 적힌 붉은 색 머리띠를 두른 시민 500여 명이 환경부 장관 사퇴, 환경부 폐쇄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였다. 영주댐 아래 500m 지점인 용혈폭포 앞 하천에는 댐 방류를 저지하기 위해 주민들이 설치한 천막, 농기계들이 하천 바닥을 가득 메워 일촉즉발의 긴장감까지 돌았다.

수자원공사 영주권지사 관계자들이 상황을 파악하느라 영주댐 사무실 인근에서 움직이자 영주댐수호대책위원들은 시민들에게 "자리를 떠나지 말라"는 당부를 쏟아냈다. 자칫 시민들이 한눈 파는 사이에 수자원공사가 방류를 시도할지 모른다는 걱정에서였다.

영주댐수호추진위원회와 평은면이장협의회, 생활개선회, 새마을 부녀회 회원들은 주차장 한편에 천막을 치고 시민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했다. 영주댐 방류를 저지하겠다는 시민들의 결의가 돋보였다. 영주댐수호추진위원들은 "방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천막에서 먹고 자며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15일 영주댐 수호를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에 참석한 시·도의원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영주댐 방류 저지에 나서고 있다. 마경대 기자
15일 영주댐 수호를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에 참석한 시·도의원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영주댐 방류 저지에 나서고 있다. 마경대 기자

지역 정치인들 역시 환경부와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댐 방류 저지에 힘을 실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역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라에서 필요하다고 해 1조원이나 투자해 만들어 놓은 영주댐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방류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물에 녹조가 생기는 것은 우리한테 해롭지 서울 사람들한테 해롭지는 않다. 물 관리는 우리가 하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방류를 막아내겠다"고 약속했다.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은 "영주 땅 경북 땅을 지켜나가는데, 경북도의회도 힘을 보태겠다. 16일 경북도의회에서 영주댐 방류 저지 결의문을 채택하겠다"고 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보고 있다"고 운을 뗀 엄태항 봉화군수는 "정부가 울진 원전 3, 4호기를 추진하다 없애 버렸고 7천억원을 들여 보수한 월성 원전 1호기도 폐쇄 시키고 감사원 감사 보고도 못 하게 하는 이상한 나라"라고 성토했다. 이어 "정부는 22조원이나 들여 건설한 4대강 보도 없애려 한다. 1조 3천억원 투입한 영주댐도 없애려 한다. 이런 정책을 펴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맹비난했다.

박형수 국회의원은 "환경부 장관을 만나 영주시민 동의 없는 영주댐 철거와 방류는 안 된다, 영주댐협의체에 시민 참여가 필요하다, 상주보와 낙단보처럼 협약서를 체결해야 된다는 3가지 요구를 전달했다"며 "영주댐 방류 결정은 시민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또 "환경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방류계획을 세웠다. 국회 예결위에서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결정을 내린 환경부를 질타하겠다. 잘못된 결정을 한 사람들은 처벌받아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영주댐 운영과 관리는 영주시민과 공동협의체를 만들어 진행해야 한다"며 "영주댐 녹조 현상이 댐 철거를 고려할 만큼 결정적 변수가 될 수는 없다. 경북 북부 지역 유지용수 공급과 홍수 예방, 관광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댐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게 맞다. 환경부는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최저수위(저수율34%)를 지키겠다는 약속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환경부 수자원정책과 관계자는 매일신문과 통화에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계속 파악하고 있다"며 방류 계획에 대해선 정확한 내용을 언급하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향후 대책과 관련해선 "댐협의체 위원을 추가하기로 했고 영주시에서 추천하기로 했다. 영주시에서 추천을 받으면 조속히 댐협의체와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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