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시장의 코브라

입력 2020-07-27 22:23:09 수정 2020-07-27 23:11:17

코브라 효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코브라 효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영국이 인도를 식민 통치하던 시절, 코브라에 물려 사람이 많이 죽자 총독부가 머리를 짜냈다. 코브라를 포획해 오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한 것이다. 총독부는 코브라 개체수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순진한 생각이었다. 포상금을 노리고 사람들이 코브라를 사육하기 시작한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총독부가 포상금 지급을 중단하자 인도인들은 사육하던 코브라를 방생했다. 코브라 개체수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말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 역효과를 부르는 현상을 '코브라 효과'(Cobra effect)라고 부른다. 독일 경제학자 호르스트 시버트가 만든 용어다. 탁상행정식 제도와 정책이 현장에서 어떤 실패를 부르는지 설명할 때 곧잘 인용되는 말이다. 요즘 현 정부가 내놓는 일련의 정책을 보자니 코브라 효과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부동산 대책이 대표적이다.

한 분야 정책을 3년 동안 22번 내놓았다는 사실만으로 이 정책은 처참한 실패작이다.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가치는 주거 안정인데, 집값 상승에 화들짝 놀란 정부가 두더지게임하듯 세금과 규제 방망이질을 해대다 보니 시장 신뢰를 잃고 집값·전월셋값 상승을 부추겼다. 또 하나의 코브라 효과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속칭 '임대차 5법'이라는 여권발 초대형 코브라가 기다리고 있다. 임대료 상승률을 규제하고 임차 기간 제한을 풀어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발상인데, 부작용이 심히 우려스럽다. 한 번 임대하면 세입자를 내보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상황에서 집주인은 세입자를 가릴 수밖에 없다. 전세보다 반전세와 월세를 선호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른 주거 비용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임대차 5법이 시행되면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이나 유럽 대도시에서나 볼 법한 월 수백만원짜리 임대료가 일상화할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이익은 독점하고 피해는 나누려고 한다. 모든 정책이 나오면 시장 참여자는 꼼수를 찾아 대응한다. 정부가 가진 자를 적대시하면서 온갖 규제와 징벌적 과세를 가하면 그 피해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약자를 보호하려고 만든 숱한 법과 제도가 오히려 약자의 목을 죄는 이유는 이런 연유에서다. 그래서 정부와 국회의원이 정책과 제도, 법률을 만들 때에는 신중해야 하고 무수한 시뮬레이션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현 집권 여당은 가볍고 즉흥적이다. 게다가 176석 거대 여당은 '입법 폭주'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부동산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취지야 좋지만, 다주택 고위 공직자에 대해 승진 페널티를 가하고 안 팔고 버틸 경우 형사 처벌하겠다는 황당무계 법안을 발의한 여당 의원이 있다. 아예 1가구 1주택을 법으로 못 박자는 '부동산 민주화' 법안 추진 목소리마저 여당 지도부에서 나오고 있다. 시장경제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주장과 다름없다. 지리멸렬한 야당이 이런 무지막지한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혹여라도 국회가 이런 '코브라 효과'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대통령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텐데, 그런 장치가 작동할지 장담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적 안목에 대한 신뢰가 안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얼마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퍼포먼스로 난생처음 펀드에 가입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심경이 복잡했다. 실물경제 경험이 부족해 보이는 대통령이 좌파 경제 참모와 능구렁이 관료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상상되어서이다. 난감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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