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몇 년 전 괌을 다녀온 적이 있다. 괌은 항구로서의 기능은 사라지고 없었다. 항구에 붙은 설명서가 눈에 띄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엽만 하더라도 괌은 포경선의 기지로서 대성황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괌에서 어획되는 고래 고기는 에너지원인 기름을 생산하는 원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에너지원이 발견됨에 따라 괌의 항구는 쇠락하게 되었다. 과학의 발전이 산업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감했다. 장차 이런 변화의 흐름을 빨리 파악하고 여기에 대처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 괌 여행의 큰 수확이었다.
1950년대 전후 전화기 사용이 대중화되었다. 1980년대 삐삐라는 통신수단을 거쳐, 최근에는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정용 전화기나 공중전화기는 그 효용을 잃었다. 곳곳에 설치된 공중전화는 흉물처럼 변했다.
지난 학기 코로나19 사태로 진행된 비대면 수업에서 SNS 단체대화의 효용을 톡톡히 보았다. 비대면 수업 초기에는 30여 명의 수강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없어 참으로 답답했다. 대면 강의에서와 같이 학생들의 눈빛과 태도를 파악할 수 없으니, 학생들의 수업 이해도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몇 주가 지나 학생들의 양해하에 30명의 단체 대화창을 개설했다. 그리고 오늘 수업은 어땠는지, 보강할 사항은 무엇인지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했다. 이렇게 단체 대화창은 나와 학생들 간의 긴밀한 비접촉 소통 창구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유튜브의 유용성을 실감하고 틈틈이 동영상을 업로드한다. 선박 충돌 관련 법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항해 법칙에 관하여 알려주어야 했다. 충돌 상황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려주었다. 수업 중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으로 그 동영상을 시청하도록 했다. 즉석에서 학생들이 그 영상을 시청하면서 나의 설명을 보다 쉽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
우정국의 우편 사업 적자가 심하다는 기사를 접했다. 개인 간에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적어졌으니 적자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의 소통수단은 크게 변화가 왔고 산업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것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어떻게'(how)할 것인가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이다. '어떻게' 분야에서는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된다. 교통이 좋지 않아 한적하여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 더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건물 공간이 여유가 있는 대학은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 학생들이 좌석에 앉아 효율적인 대면 수업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선호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사람들이 무엇을(what), 왜(why) 할 것인지와 무관한 것이다. 통신수단의 발달이 사람의 의식주의 본질에 대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어떻게 먹고 어떻게 입는 것의 변화는 있지만, 사람이 먹고 자고 입어야 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큰 변화가 없다.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하고 겨울에는 두꺼운 옷을 입고 여름에는 가벼운 옷을 입게 된다. 비바람을 피할 집에는 살아야 한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논농사를 지어야 하고 바다에서 생선을 잡아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오렌지류는 외국에서 수입해 와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의 방법은 변화가 있어도 그들을 위한 교육 자체에 대한 수요는 상존할 것이다. 통신수단 중에서 변함없이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은 TV와 라디오이다. 출퇴근길 운전에 사용하지 않고 남는 귀로 듣는 FM 라디오의 음악 방송은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와 같이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시대에 빠르게 변화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변화하는 것들에 발 빠르게 수용하고 변함이 없는 것들은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균형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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