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원금' 받자마자 은행으로? "예금 109조 폭증"

입력 2020-07-27 17:15:20 수정 2020-07-27 21:24:42

코로나19로 긴급유동성 풀었더니 예금 109조 폭증
정부·중앙은행 향후 재정·통화정책 구사 난감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 수신이 1천858조원으로 작년 말 대비 108조7천억원 급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은행 수신이 이처럼 빠르게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 수신이 1천858조원으로 작년 말 대비 108조7천억원 급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은행 수신이 이처럼 빠르게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역대급 통화·재정정책을 쏟아냈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은 은행 금고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유동성이 기업 투자나 소비 진작에 쓰일 거라는 기대와 달리 경제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정부·중앙은행은 앞으로 통화·재정정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심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어디에 어떻게 사용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단기자금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정책 시행 부담이 만만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 수신이 1천858조원으로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108조7천억원 급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은행 수신 증가폭으로는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은행 수신의 이처럼 가파른 증가는 대출 증가로 인한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올 1월부터 6월까지 가계·기업 대출이 118조3천억원 늘어나는 사이 은행 수신도 108조7천억원 증가했다. 결국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위기 상황에서 대출을 급속히 늘렸지만, 소비나 투자에 나서기보다 예금으로 움켜쥐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같은 분석의 배경에는 늘어난 은행 수신 108조7천억원 중 107조6천억원이 수시입출식 예금인 반면, 정기예금은 같은 기간 2조3천억원 줄었다는 점도 설득력을 보탠다.

여전히 실물 경기는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경기부양책을 고민해야 하는 정부는 이같은 통계를 두고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이미 기업·가계의 비축자금이 두둑히 쌓여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실시할 경우 부동산과 주식 등 투기 자금이 넘쳐나는 등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꼴이 되고, 그렇다고 그냥 놔뒀다가는 경기 침체를 심화시켜 우리 경제 기반을 훼손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저축 증가가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인 성격의 자금 비축이라면 소비 활성화 대책의 강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다만 현재로선 늘어난 저축의 성격을 가늠하기 어려워 추가 대책의 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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