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정치인 이미지 전쟁

입력 2019-12-27 18:54:46 수정 2019-12-27 19:40:22

송석화 메시지캠프 대표

송석화 메시지 캠프 대표
송석화 메시지 캠프 대표

정치인의 이미지, 선거 연설, TV 토론 등에 대해 전문가적인 처방을 내리는 일이 업(業)이다 보니 여러 사람들을 만나왔다.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당선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결과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 그렇기에 정치인에게는 내부의 시각이 아닌 유권자의 시각에서 이미지를 분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마케팅의 혁신가인 루이스 체스킨(Louis Cheskin)은 사람들이 제품의 포장에서 받은 느낌을 무의식적으로 제품 자체로 전이시킨다고 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교육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하지만 직접 학교를 찾거나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미디어에 자주 노출했고, 그 결과 교육 문제를 고심하는 정치인으로 인식됐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랴. 진정성이 없는 이미지 전략은 위선이고 기만이다.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주디 버군(Judee Burgoon)에 따르면 사람들은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는 일정한 기대치를 갖고 있다. 또 우리 스스로도 대중이 나를 이런 사람으로 봐줬으면 하고 소망하는 모습이 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다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혁신가가 되겠는가. 몸에 맞지 않는 이미지 변신은 오히려 패러디의 소재가 되고 희화화될 뿐이다. 성공적인 이미지 전략은 후보자의 비전·장점과 유권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 간에 타협점을 찾는 것이다.

필자가 정치인들을 직접 컨설팅하면서 지켜본 결과, 이미지에 대한 후보자들의 태도는 사뭇 달랐다. 이를 기준으로 5가지 유형으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먼저, 정치 영역에 몸 담고 있으면서도 이미지 전략을 거부하는 '순진형'이다. 이들에게 이미지란 겉치장, 즉 나쁜 것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진실된 태도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작용한다. 하지만 이미지 전략은 실체를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표현하기 위함이므로 후보자 본인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이미지 전략을 구사하기는 하나, 후보자의 장점을 부각하거나 단점을 보완하지 못하는 '미완성형'이다. 본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되지 않은 채 이미지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마음만 앞선 경우로, 목표와 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망우보뢰(亡牛補牢)형'은 이미지 전환의 시기를 놓쳐서 그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다. 포지셔닝은 적합했으나 실행 시기가 늦었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마음속에는 기존 이미지가 이미 각인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넷째, 후보자의 시각적 이미지와 언어적 메시지가 불일치하는 '언밸런스형'이다. 가는 안경테 안경을 쓰고 옅은 미소를 띤 사진으로 전문적이라는 인상을 주고자 한 반면에 논조는 친근함을 강조한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유권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센스형'은 유권자들이 원하는 리더의 덕목과 시대상을 반영한 이미지를 정립한 가장 바람직한 유형이다.

선거는 우리 사회의 의식과 문화 수준이 표현되는 장이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의 집합적 의식이 표면화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선거 규모에 따라 정치인의 이미지가 가지는 중요도는 다르지만 눈앞에 있는 참모, 열혈 지지자, 지역 유지만 바라보느라 자칫 미디어에 비치는 모습에는 소홀해지기 십상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공약을 내놓는 것만큼이나 그 공약을 제대로 실천할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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