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 화원동산 개발 사업의 그늘, 불법 낚시꾼 기승에 생태계 훼손 현실로

입력 2019-01-23 19:13:25 수정 2019-01-23 19:44:23

생태탐방로가 '낚시 명소'로 변질된 상황에도 달성군은 손놓고 방관만

20일 오후 대구 달성습지에 위치한 하식애 절벽에서 시민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2000만 년 전에 형성된 달성군 하식애는 천연자원 유산으로 보존가치가 높다. 특히 절벽숲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와 칡부엉이의 서식지가 위치하고 있어 보호가 필요한 실정이지만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20일 오후 대구 달성습지에 위치한 하식애 절벽에서 시민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2000만 년 전에 형성된 달성군 하식애는 천연자원 유산으로 보존가치가 높다. 특히 절벽숲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와 칡부엉이의 서식지가 위치하고 있어 보호가 필요한 실정이지만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밤낮으로 낚시꾼들이 모여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있는데 행정당국은 방치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달성군의 무모한 전시성 행정 탓에 지역의 대표적 생태계 보고인 화원동산 하식애(하천의 침식 작용으로 생긴 절벽 지형)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달성군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 낙동강변 다목적도로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100억원을 투입해 낙동강 생태탐방로를 준공했다.

당시 건설에 따른 환경파괴는 미리 예견된 일이었지만 달성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해 환경단체 및 지역 시민사회의 거센 발발을 샀다. 여기에다 개방 후에는 관광객에다 낚시꾼들까지 몰려들면서 밤에는 조명까지 환하게 켜져 있어 이제는 생태탐방로라는 이름이 무색한 '생태파괴로'로 변질되고 있다.

23일 오전 찾은 대구 달성군 화원동산 근처 낙동강 생태탐방로에는 배스와 블루길 등 루어낚시를 즐기려는 낚시꾼 세 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탐방로에 붙은 '낚시 금지' 현수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낚시를 즐겼다.

한 낚시꾼은 "탐방로가 조성된 뒤 이 부근이 낚시 명소가 됐다"며 "다리 밑 물고기가 모여 있는 곳을 공략하려고 직접 절벽(하식애) 위에 올라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환경 훼손'이라는 기자의 지적에 그는 "달성군이 공사하며 하천 바닥에 기둥을 박을 때부터 훼손은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20일 오후 대구 달성습지에 위치한 하식애 절벽에서 시민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2000만 년 전에 형성된 달성군 하식애는 천연자원 유산으로 보존가치가 높다. 특히 절벽숲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와 칡부엉이의 서식지가 위치하고 있어 보호가 필요한 실정이지만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20일 오후 대구 달성습지에 위치한 하식애 절벽에서 시민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2000만 년 전에 형성된 달성군 하식애는 천연자원 유산으로 보존가치가 높다. 특히 절벽숲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와 칡부엉이의 서식지가 위치하고 있어 보호가 필요한 실정이지만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밤낮으로 낚시꾼들이 모여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있는데 행정당국은 방치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하식애에서 목격한 환경 파괴 현장은 심각했다.

하식애에 심어진 나무에는 낚시꾼들이 이동용으로 매단 밧줄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수시로 드나든 탓인지 하식애 위로는 사람 발자국이 만든 작은 길이 나 있었고, 일회용 음료 용기를 비롯한 각종 쓰레기도 발견됐다.

탐방로를 찾은 최병관(63·명곡리) 씨는 "천혜의 자연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고 해 생태탐방로를 찾았는데 이게 뭐냐"며 "돈 들여 환경만 파괴했을 뿐 얻은 것이 없다"고 했다.

하식애는 날로 황폐화하고 있지만 관계 기관은 책임 소재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탐방로의 관리 주체가 지난 1월 1일 달성군에서 달성군시설관리공단으로 이관되면서 서로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모양새다.

달성군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낚시금지구역 지정은 대구시와 달성군청 관할이라 낚시꾼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낚시 금지 현수막을 붙이고 수시 순찰은 하지만, 단속 근거가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달성군은 지난해 6월 대구시에 하천법에 근거해 탐방로 인근(화원읍 구라리 753~설화리 8-5)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탐방로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민도 상당수고, 낚시꾼을 일일이 제지하기는 힘들다"며 "문제가 지속되면 단속 강화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환경전문가들은 달성군의 무리한 행정이 예견된 화를 불렀다고 지적하고 있다.

석윤복(72) 달성습지생태학교 운영위원장은 "이곳은 대구시와 산림청이 특별히 보고하고 있는 모감주나무 자연군락을 비롯해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와 멸종위기종인 삵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라며 "시민과 자연을 가까이한다는 것이 사업 목적이라면 환경을 최대한 보호하는 설계와 제대로 된 관리가 뒤따라야 하지만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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