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문 닫을 처지된 대구 최대 꽃 도소매시장 '동인꽃시장'

입력 2019-01-07 06:30:00

공원일몰제로 시유지 임대차 계약 종료…"대체 장소 없어" 상인들 울상

5일 대구 중구 동인꽃시장의 한 상인이 생화를 관리하고 있다. 동인꽃시장은 내년에 공원일몰제 시행과 함께 폐쇄 가능성이 높아져 상인들의 시름이 깊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5일 대구 중구 동인꽃시장의 한 상인이 생화를 관리하고 있다. 동인꽃시장은 내년에 공원일몰제 시행과 함께 폐쇄 가능성이 높아져 상인들의 시름이 깊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영업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 지 걱정됩니다."

4일 오후 대구 중구 동인꽃시장. 낡은 가건물 내부에는 건물 안전성을 보강하는 철골 구조물이 곳곳에 서 있었다. 낡은 건물이었지만 가게마다 설치된 연탄보일러 덕분에 온기가 감돌았다. 비어있는 점포 사이로 한 상인이 이른 아침 부산 꽃 직판장에서 매입한 꽃 손질에 한창이었다.

이곳은 한때 150여명의 상인들이 활동했지만, 현재는 57곳 점포 중 41곳만 남아있다. 상인 김모(59) 씨는 "내년에도 여기에서 장사를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 마음이 타들어간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구 최대 꽃 도·소매시장인 동인꽃시장의 앞날이 안갯속이다. 대구시 소유의 공원부지에 세워진 동인꽃시장은 내년 공원일몰제 시행과 함께 근린공원 지정이 해제되고, 대구시도 임대를 중단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동인꽃시장 터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뚜렷한 방안을 아직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동인꽃시장이 현재 터에 자리잡은 건 1994년이다. 국유지였던 이 땅은 1999년 4월 동인1가공원으로 지정됐지만 공원 조성 대신 꽃 도소매시장으로 운영됐다.

시는 2016년 2월 국립대구박물관 부지 3만7천910㎡를 기획재정부에 넘겨주는 대신, 국유지였던 동인꽃시장을 시유지로 맞교환했다.

시는 낡고 오래 된 동인꽃시장 건물을 정상 운영하고자 3년에 걸쳐 1억4천810만원을 투입해 보강공사를 진행 중이다. 2017년에는 사업비 1억2천500만원을 들여 E등급이던 건물 안전등급을 C등급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와 올해는 전기공사와 소방시설, 소방점검 등을 진행한다. 시는 동인꽃시장이 시유지로 편입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임대 수익 3억7천422만원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내년이면 개발되지 않은 공원부지를 도시계획시설 지정에서 해제하는 공원일몰제에 따라 동인꽃시장 폐쇄 가능성도 높아졌다. 시는 내년 6월 30일로 임대 기간을 제한한데 이어 올해부터 동인꽃시장 건물 및 터의 활용 방안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4년 간 지켜온 꽃시장을 떠날 처지에 몰린 상인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당장 동인꽃시장 상인들이 옮겨갈 대체 장소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그동안 두 차례에 걸친 소유권 이전과 건물 노후에 따른 사고 우려 속에도 이전 장소를 찾지 못해 영업을 이어왔다. 상인들은 국유지에서 시유지로 변경된 2016년부터 매년 임차료가 10%씩 오른데다 청탁금지법 도입 이후 매출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순조 동인꽃시장 상인회장은 "1994년 조성 당시부터 상인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지은 시장이 사라진다니 마음이 아프다"며 "대구시가 수십년간 착실하게 일한 보금자리에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동인꽃시장 부지에 공원을 조성할 지, 그대로 동인꽃시장을 유지하거나 다른 공간으로 활용할 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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