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기획전시 'Hello 빛 그림-김효진' 설치미술전

입력 2019-01-03 11:20:17

김효진 작.
김효진 작.

1m 정도 크기의 플라스틱 박스 안에 담긴 500여개의 LED 불빛이 박스 표면에 그린 선명한 그림들을 밝히고 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거리를 걷다가 문뜩 입을 맞추는 '연인' 이미지의 빛 덩어리를 맞닥뜨린 낯선 상황이 재미있다. 환하게 빛이 나는 '자전거를 탄 사람'과 '북극곰' 가족을 만다는 것도 유쾌하다. 한편 건물 안에서 만나는 '강아지를 안고 있는 사람'과 '책을 보고 있는 사람' '신문을 보는 사람' 등도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준다.

이달 26일(토)까지 봉산문화회관 앞 야외광장과 복도, 계단에서 만날 수 있는 '빛 그림-김효진' 설치 미술전의 풍경들이다.

작가 김효진은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하는 행위 중 많은 것들이 있으며 의무적이고 실용적인 업무 행위보다 단순한 일상의 모습에 집중했다. 멍하니 있는 모습, 찻잔을 들어 올리는 순간, 노을을 바라보는 느낌 등 일상에서 감동이란 감정은 단순하고 강렬한 순간이면서 개인의 경험과 시간이 축적되어 일어나는 복잡함도 함께 혼재되어 있다"고 전제한 뒤 "어떠한 상황에 대한 이미지에서 그리기라는 유동적이고 추상적인 행위를 통해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것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번 설치 미술전은 일상의 공간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상황들에 대한 '주의환기'이다. 그래서인지 작가가 바라보고 그려낸 일상이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단순하고 명료하게 굵은 선으로 그린 드로잉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작가가 '빛 그림'을 제작하는 과정에는 대중과의 소통에 관한 실험정신도 엿보인다. 직접 찍은 사진이나 인터넷에서 찾은 이미지를 따라서 자유롭게 드로잉하고 그 드로잉 선을 굵은 펜으로 덧 그려서 선 정리를 한 후 컴퓨터 작업으로 옮긴다. 옮겨진 이미지는 그래픽으로 선을 더 굵고 선명하게 강조하거나 생략 또는 변형시켜 독자적인 분위기를 담아낸다.

이처럼 일상의 소재와 만화를 닮은 선화(線畵)기법, 상업광고 제작시스템의 이용 등을 자신의 미술작업에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주관적인 예술을 다각적인 대중성과 호흡하려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대상을 단순하게 만드는 만화적인 선의 명료함은 개인의 감각을 자극한다. 글과 사진, 풍경, 어떤 것을 바라보기는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기억과 꿈, 상상이 섞여 감정을 만든다. 구체적인 이미지는 검정색의 라인과 재구성된 색상으로 인해 추상적이고 몽환적으로 표현되고 땅을 딛고 있는 개인의 무게를 저마다의 방식대로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작가 김효진의 뛰어남은 세계와 인간 감성에 대한 관계, 몰입과 놀이, 일상과 자연성의 은유, 형식의 실험과 탐구 사이에서 주의를 환기하는 직관적 인식을 시각화해 동시대 미술의 소통 가능성과 지평을 넓히는 데 있다. 문의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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