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硏 지역본부 대형 과제만 수주
지역 기업들에게 너무 먼 존재일 뿐
연구원, 기업 기술 전문성 확보 위해
적어도 1년 현장 파견 근무 어떨까
지난 지면에 '지역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학연관의 역할' 중 기업과 대학의 역할에 대해 기술하였다. 이번 지면에는 산학연관의 역할 중 연구소의 역할에 대해 소개하고, 마지막 지면에는 산학연 협력 효율화를 위한 관의 역할에 대해 소개한다.
대구·경북에는 지역기업을 위해 많은 연구소가 설립되어 있는데 왜 지역기업의 경쟁력은 나아지지 않고 있을까?
지역 연구기관은 출연연 지역본부와 지역 기반 연구소로 양분된다. 출연연 지역본부가 지역기업을 위한 연구에 관심이 적은 이유가 있다. 인건비를 연구과제로부터 100% 충당하는 지역 기반 연구소와 달리 국가에서 일정 부분 예산을 지원받는 출연연은 연구과제 수주가 그렇게 절실해 보이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출연연 지역본부 연구원은 3책 5공(과제 책임자로 3개, 동시에 수행하는 과제 5개) 제도 때문에 연구비가 많은 대형 과제 수주에만 매달리게 된다. 지역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설립한 출연연이 지역 기업들에는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존재일 뿐이다. 출연연 지역본부는 본원과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지역본부는 지역 주력산업 위주로 연구 분야를 선택하여 집중을 통해 지역 기업을 리드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규모가 작은 백화점은 잡화점에 불과하지만, 작아도 전문 분야가 확실한 전문병원이 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해결책으로 지역본부에 국가가 지원하는 인건비 부담액을 늘리고, 그 대신 연구과제의 일정 비율을 지역 기업을 위한 과제로 수행하게 하는 '지역 과제 할당제' 실시를 제안한다.
출연연 지역본부와 달리 지역 기반 연구소는 지역 기업과 함께 많은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나, 기업에 도움되는 연구 결과가 없는 게 문제다. 연구소 이름은 전문화되어 있는데 연구비가 있는 곳이면 분야를 가리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연구비가 적으니 인건비 확보를 위해 과제가 많아지고, 부실한 연구 결과가 수반되는 구조에서는 연구소 간 과제 따기 경쟁만 심해지고 세월이 흘러도 전문성이 확보될 수 없다. 지역 기반 연구소는 작지만 강한 연구소가 되어야 한다. 전문 분야를 두고 지역 연구소가 연구 분야의 빅딜을 하면 연구원들은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고 연구개발 능력을 키워 기업을 리드할 수 있다.
필자는 대학으로 오기 전 포스코에서 12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입사하자마자 8개월간(3개월 교대 근무 포함) 생산 현장에 파견되어 현장기술과 설비, 현장 엔지니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학습하였다. 4M(Man, Machine, Method, Material)을 학습한 것인데 이 짧은 시간은 나를 과학자로부터 기술자로 바꾸어 주었다. 1973년 포항제철소에 용광로가 설치된 후 국내 최고의 용광로 전문가인 모 교수가 학생들을 데리고 견학을 가서 안내하던 직원에게 우뚝 솟은 용광로를 보고 저게 무어냐고 물었다는 얘기가 있다. 책에서는 용광로가 10㎝도 안 되는데 처음으로 본 용광로 높이가 110m나 되었으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포스텍 철강대학원 김성준 교수는 철강 분야의 대가로 대학에 오기 전 출연연에서 20년 이상 철강 연구를 했다. 포스텍에서 포스코와 함께 몇 년간 기술개발을 해 보더니 "출연연에서 했던 내 연구는 허상만 좇았던 것 같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위 세 가지 사례는 이론과 현장기술 사이의 괴리를 잘 보여준다.
출연연 지역본부나 지역 기반 연구소의 연구원은 기업 기술에 대한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적어도 1년은 기업에 파견되어 기업 기술을 학습하면 어떨까? 공학자로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이다.(하편은 이달 30일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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