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 노렸던 한국당, 체면만 구겨... 향후 대여투쟁 효과도 물음표

입력 2019-01-01 16:48:59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3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의 질의에 웃음 짓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3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의 질의에 웃음 짓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지난 31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해를 넘기며 공방을 벌였으나 회의 개최를 주장했던 보수정당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31일 오전 10시부터 14시간 46분간 진행된 회의에선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이 제기한 청와대 사찰 의혹 외에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우윤근 주러시아대사의 금품수수 의혹 등이 주요 공방 이슈로 올랐다.

한국당은 청와대가 민간인을 조직적으로 사찰했고, 이 사태의 중심엔 조국 수석이 있다며 '조국 책임론'을 부각하는 데 총력을 다했으나 여당의 방어와 청와대 관계자들의 논리에 번번이 무안해졌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현 정부를 '양두구육'(羊頭狗肉·겉과 속이 다름) 정권이라며 탄핵까지 언급했으나 설득력이 떨어졌고, 보수 잔다르크로 불리던 '투사' 전희경 의원마저 '시대착오적인 수구좌파 정권의 척수'라는 비판도 색깔론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만희 한국당 의원이 야심 차게 준비한 폭로도 무위로 돌아갔다. 그는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김정주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기술본부 본부장의 녹취 파일을 공개했으나 김씨가 임기를 채운 뒤 사퇴한 것이고, 새누리당 비례대표 23번 전력이 드러나자 체면을 구겨야 했다.

한국당은 결국 기존 운영위원들을 전면 교체할 정도로 의욕을 불태웠지만, 언론이 기다렸을 '한방'은 끝내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같은 사태를 두고 당 내부에서도 "의원들 간 분업을 통해 조직력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결정적 한 방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일 열린 신년인사회에서는 "야당으로서 이에 맞서 싸워야 하는데 우리 당은 너무 점잖다."(박관용 고문), "야당으로서 정신무장을 해 평상시 의정활동 정도가 아닌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나경원 원내대표)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왔다.

한발 더 나아가 상대방인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자유한국당이 저런 정도 주장 갖고 상임위를 열자고 했나? 생각보다 너무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한국당은 원내 실책을 만회하고자 특검이나 국정조사 도입을 주장하면서 대여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한국당 핵심관계자 "운영위를 통해 제대로 진실을 규명하지 못했고 조 수석의 발언이 일관성이 없는 등 한계가 많았다"며 "특검과 국조 요구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검으로 할지 국정조사로 할지에 대한 정확한 당내 입장이 서질 않은 데다 민주당은 당초 운영위원회 개최가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처리에 대한 조건부 합의였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 정도 했으면 됐다'는 입장이어서 한국당 요구가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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