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재단)은 올해로 설립 8년을 맞았다. 2013년 4개 센터를 준공하는 등 태동기를 거쳐 이제는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정원에 못 미치는 인력 상황인 가운데 책임급 연구원들이 최근 잇따라 퇴직하면서 본연의 연구개발 지원기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자체연구를 할 수 없는 한계와 열악한 수익구조에서, 재정자립을 위한 수익성은 물론 연구 자율성 확보가 숙제로 남아 있다.
◆'연구개발 지원' 역할의 한계
재단은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설립 근거인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자체연구가 허용되지 않는다. 다른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하거나, 기업들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다. 자체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없고, 연구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를 해소하고자 지난해 법 개정을 시도했다. '제11조 재단의 설립 및 지원' 조항 가운데 '공동연구 추진을 위한'이라는 문구를 넣으려 했다. 자체연구를 허용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최종 개정안에는 '공동연구를 통한'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기반기술 확보를 위해서 공동연구만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공동연구개발로 역할이 한정된 탓에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사업 예산 중 실제 재단이 수행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2013~2017년 재단에 투입된 사업 예산은 모두 538억원(정부 453억원, 대구시 85억원)이다. 하지만 실제 재단이 수행한 사업은 62%에 그치고, 나머지 38%는 외부기관 위탁사업으로 이관됐다. 공동연구개발이라는 조건부 지원 때문이다.
정부부처 사업의 경우 재단이 수행한 연구비는 4개 센터 연평균 41.6억원이다. 정부 출연 연구원의 한 해 기본사업 규모가 통상 400억~500억원 규모인 것을 고려하면, 턱 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지난해 신약개발센터의 경우 예산 44억원 중 센터연구비는 25억4천만원이고,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는 예산 30억원 중 9억5천만원만 센터연구비로 사용했다.
◆자립하기 쉽지 않은 현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자립의 길은 험난하다. 자체연구가 어렵고, 공공성을 위해 수수료를 민간보다 낮게 설정하는 등 재단의 성격과 기능을 고려하면 완전자립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자립도 54%를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 25.7%의 자립도를 기록했고, 올해는 29.8%를 목표로 정했다.
무엇보다 수익기반이 열악하다. 감사원의 2016년 '보건산업 육성 및 지원사업 추진 실태 감사'에 따르면 장비 활용 수수료의 경우 장비가동률을 통상 정상적으로 보는 70% 이상으로 높이더라도 연간 수입은 76억원 수준이다. 건물 임대료도 입주율이 100%가 되도 연간 6억원에 불과하다. 실습교육 등 기타 부대사업을 확대해도 연간 수익이 1억원 미만으로 미미하다.
자체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연구개발 간접비는 각 센터가 참여하는 연구개발 예산 중 일정 비율(직접비의 17% 상한)을 운영비로 충당하는 것이다. 각 센터에 배정된 예산 규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간접비 수입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구조이다.
기술을 통한 자체 재원조달에도 한계가 있다. 신약개발은 초기 소재물질 개발부터 상품화까지 통상 10년이, 의료기기는 개발부터 제품화까지 7~9년이 걸린다. 연구개발 성과로 특허를 취득해서 벌어들이는 기술료 수입 발생에 장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재단의 올해 수입예산 편성을 보면, 자체수입을 94억7천600만원으로 예상했다. 전체 지출 예산(599억2천만원)의 15.8%에 불과하다. 자체수입 중 가장 큰 비중인 수수료 수입은 38억1천만원으로, 지난해 25억4천900만원(결산기준)보다 늘었지만 지출할 인건비'운영비(452억원)에 비하면 8% 수준에 머문다.
이 외에 기술료와 임대료 수입은 각각 2억원과 5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수입(2억2천만원과 5억1천600만원)과 비슷한 금액이다. 기술료와 임대료를 통한 수입 확대가 쉽지 않은 것이다.
◆전략기획본부 강화에 대한 우려
전략기획본부(본부)의 기능 강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예산 집행과 인사 등 권한이 집중되면서 연구개발 역할을 담당하는 센터들의 자율성이 위축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단 정원이 센터들은 줄고 본부는 늘었다. 재단은 자립화 계획에 따라 2021년까지 달성할 정원을 441명에서 383명(-58명)으로 줄였다. 신약개발센터가 194명에서 154명으로, 의료기기센터가 113명에서 90명으로 각각 40명과 23명의 정원을 줄였다. 하지만 본부는 29명에서 34명으로 늘었다.
예산도 본부에 집중되고 있다. 재단은 2017년부터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예산관리를 일원화했다. 각 센터가 관리하던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본부로 전환했다. 올해 본부의 주요 5개 사업 예산은 382억5천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235억6천만원보다 62%나 증가했고, 올해 전체 지출 예산의 60% 이상을 관리하게 됐다.
예산 집중은 재단 내에서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센터들보다 행정업무 조직인 본부의 입김이 커진 배경이 됐다.
첨단의료재단 관계자는 "재단이 자체연구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는 한편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신규사업 발굴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지난달부터 운영에 들어갔다"며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 등은 사업화에 긴 시간이 걸려서 당장 성과를 낼 수는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