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침공'(British Invasion).
1964년 2월 7일 팝 역사상 가장 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영국의 4인조 록밴드 '비틀스'(The Beatles)가 처음 미국을 방문한 날이다. 공항에 1만여 명의 팬이 비명을 지르며 이들을 맞았고, 비틀스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한 출발점이었다.
비틀스의 팬을 뜻하는 '비틀마니아'(Beatlemania)가 전 세계로 확산된 것도 이날부터다. 이후 '롤링 스톤스' '더 후' '애니멀스' 등 영국 록밴드들이 줄줄이 미국 차트를 점령하며 1960, 70년대 미국 시장을 석권했다. 이런 공로로 비틀스 멤버들은 영국 황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비틀스의 미국 입성 과정을 보면서 방탄소년단(이하 BTS)을 떠올린다. 수많은 팬클럽 '아미'(ARMY) 회원들, 공연 열기, 'K-POP의 미국 진출' 등도 닮아 있다. 5일부터 LA 스테이플 센터에서 열린 BTS의 월드투어에는 줄이 끝없이 꼬리를 물었고 앞자리에 앉기 위해 며칠씩 노숙하는 팬이 수두룩했다. NBC방송 뉴스는 'BTS가 LA를 점령했다'고 할 정도였다.
BTS의 공연에는 인종을 가리지 않고 한국어로 된 가사를 따라 불렀다. 공연장에는 팬들의 팻말에 적힌 한글부터 티셔츠, 캐릭터, 한국 이름 등이 난무하며 한국이 아닐까 하고 착각할 정도다. BTS는 굳이 영어로 노래하지 않아도 미국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다. 같은 영어권의 비틀스가 미국 시장을 공략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파란 눈의 백인이 눈 찢어지고 누런 피부를 가진 동양인에게 이렇게 환호하는 경우를 들어본 적이 없다.
BTS는 앞으로도 한국어로 된 노래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억지로 영어로 된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는 개성과 자부심의 표현이다. 이들이 한·미·일 팝 차트 1위를 모두 석권했다는 사실보다는, 한국 문화와 한국인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깊이 심어준 것이 더 훌륭한 업적이다. 5천 년 역사상 이 정도로 한국말과 문화가 외국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던가. 국위 선양을 한 예술체육 공훈자에 대한 병역특례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BTS를 제외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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