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잘못하다'와 '잘 못하다'

입력 2018-04-02 00:05:00

국립국어원의 2017년 4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항목 중에는 '잘못'을 '잘-못'으로 바꾼 것이 있다. 이것은 '잘못'이라는 말이 부사인 '잘'과 '못'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합성어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작년 평가원의 6월 모의고사에서 부사와 부사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명사의 예로 '잘못'이 나왔을 때, 일부 학생들은 표준국어대사전을 근거로 정답이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었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에는 '잘하지 못하여 그릇되게 한 일. 또는 옳지 못하게 한 일.'이라고 하여 이 단어가 '잘'과 '못'에서 온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런 점들을 반영하여 뜻풀이와 표제어가 맞지 않는 것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잘못'의 뜻풀이를 보면 '잘하지 못하여'와 '그릇되게 한 일'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의 관점으로 보면 '잘(하지) 못하'는 것은 능력이나 숙련도가 부족하여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해 내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속도와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가 들어있지 일의 방향 자체가 틀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잘 못'하는 것은 일을 옳지 못한 방향으로 수행한다는 의미를 가진 '잘못'과는 많이 다르다. 이것은 '잘못'이라는 말이 '잘 못'에서 온 것이기는 하지만 명사나 부사로 굳어지면서 그릇된 것, 옳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뀌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잘 못'하는 것도 많고, '잘못'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잘 못하는 것은 많이 연습하고, 꾸준히 노력하면 잘하게 될 수도 있다. 능력이 있고, 자신감이 있고, 노력하는 사람은 짧은 시간에도 잘하게 된다. 능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노력하게 되면 조금 시일이 걸릴 수는 있어도 누구나 잘할 수 있게 된다. 반면에 능력과 노력은 없지만 자신감만 있는 경우에는 잘못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잘못을 한 경우에는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사과하고, 고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덮어 버리려고 할 때 발생한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잘못된 길을 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고치려고 해도 이미 너무 많이 진행되어 고치기 어렵다. 잘못을 덮기 위해서는 거짓말이 필요하고, 그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서는 또 다른 무리수들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잘못'에 대해서 관대하지 못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잘못을 드러내고 사과하는 것보다는 숨기는 것이 확률상 유리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잘못을 고치는 경우에는 당장 원상복귀는 어렵다 하더라도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 반면 잘못 끼워진 돌 하나가 거대한 성을 무너뜨리듯 거대하고 단단해 보이는 권력도 은폐된 '잘못' 하나 때문에 무너진다는 것을 최근의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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