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관행

입력 2017-10-19 00:05:01

관행이란 오래전부터 해 오는 대로 하는 관습적인 행동을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문화에 속하기도 한다. 우리는 많은 문화 속에서 관습대로, 관행대로 살아가기도 한다. 또 그 문화, 관습은 고정되어 불변으로 정체된 것이 아니라 시대 변천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기도 한다. 문화의 속성이다. 특히 대중문화는 무서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그런데도 가장 변화를 거부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집단이 있다. 어떤 이들은 관행을 규범이나 규칙보다 더 강하게 지키고 보존하려고 하면서 법(法)인 양 준수하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실시하는 의전 행사(의식)나 개인의 전시회, 사적인 파티에 초대받을 때가 더러 있다. 또 어떤 단체의 연중행사에 손님으로 초대받을 때도 종종 있다. 분명히 그들이 보내온 초청장에는 '부디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되어 있지만, 내빈을 소개하겠다는 안내 멘트에 따라 기관장과 배지를 단 사람들만 내빈으로 소개한다. 그들은 인사가 끝나면 썰물처럼 우르르 빠져나가 버리고 다른 초대받은 손님은 멍하니 닭 쫓던 개 지붕이나 쳐다보는 격이 된다. 모두가 초대받아서 바쁜 시간 쪼개 간 손님이다.

한술 더 떠서 공식적인 의식이 끝나고 파티가 무르익어 조촐한 음식을 나누면서 서로 소통하는 자리에서도 엄중한 관행은 지켜져야 한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도 기관장 오른쪽, 왼쪽 옆자리에는 누가 서고 맨 끝에, 또는 뒷줄에 배경으로 서야 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 심지어 먼저 선 사람을 밀쳐내기까지 한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에 후진적 의식과 못된 관행이 얼마나 뿌리 깊게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언젠가 지방의 어느 군에서 관행으로 제일 앞자리에 앉던 의원들이 노인들을 앞자리에 앉게 하고 자기들은 뒷자리에 앉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아름다운 양보(?)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실 노인들을 잘 보이는 앞자리 의자에 앉게 하고 자신들은 그들의 일꾼답게 뒷자리나 마땅히 서 있어야 함에도 뉴스거리가 된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은 관행에 묶여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앞자리는 높고 뒷자리는 낮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두루두루 섞여서 한데 어울려야 소통이 된다. 그럴 때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고 사람의 향이 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

또 좋지 못한 관행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지금 보이지 않은 맨 뒷줄의 구석진 자리가 곧 가장 첫 번째 자리가 될 수도 있음은 세상 이치다. 영원한 것이란 없다.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된다는 성경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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