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의성] 단촌면 출신 지성하 성균관대 동창회 사무총장

입력 2017-09-29 00:05:00

향우회 지원금에 1천만원 보태 폐교 위기 농촌 학교 활성 앞장

34년간
34년간 '삼성맨'으로 활약했던 지성하 성균관대 총동창회 사무총장은 자신의 고향 의성이 사람이 모여드는 고장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김상형 객원 사진기자

"내 고향 의성이 슬로 라이프를 즐기면서도 불편함이 없는 곳, 사람 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성하 성균대학교 총동창회 사무총장은 34년간 누구보다 애사심 강한 '삼성맨'으로 살았다. 그는 1978년 공채 19기로 입사, 삼성코닝 경리담당 업무를 시작으로 삼성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등 핵심부서를 돌았고, 2006년 1월 입사 동기 중에서 가장 먼저 삼성물산 사장으로 CEO에 오르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2010년 말 삼성물산 상사 부문 사장(CEO)에서 삼성스포츠단 총괄단장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과 수원삼성 블루윙즈 축구단 등 19개 팀을 삼성이라는 그룹 이미지에 맞게 지원하고 마케팅했다.

그런 그에게 삼성을 빼버리면 무엇이 남을까 싶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바로 고향이다. 그의 고향은 의성 단촌면이다.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인 아버지가 자주 학교를 옮긴 덕에 점곡과 사곡, 가음, 다인초등학교를 거쳐 금성초교를 졸업하는 등 의성에서만 무려 다섯 군데 초등학교를 섭렵했다. 금성중, 대구상고,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재무관리학 석사를 땄다. 의성이 고향인 김주수 의성군수와는 성균관대 경제학과 동기로 지 총장이 한국은행을 다니면서 성균관대에 입학하자 외환은행을 다니던 김 군수도 같은 학교, 같은 과에 입학해 함께 공부한 각별한 인연이 있다.

객지 생활을 하면서도 고향 친구와 어울려 다닌 셈이니 지 총장에게 고향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래서 지 총장은 재경의성향우회장을 맡으며 고향 행사에 열심이다. 지 총장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고향에서 15년을 살았다. 인간 지성하를 형성하는 데 학교'직장'종교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쳤지만, 성장기'사춘기 등 인격 형성에 중요한 시기에 고향 강산을 뛰어논 것만큼 크게 영향을 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어 순수한 마음에서 고향에 봉사활동을 다녀보니 '농촌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의성 단촌면 명예면장을 맡은 3년간 단촌 인구는 2천600여 명에서 2천200여 명으로 줄었다. 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학생이 없어 지난해 금성여자정보고등학교가 폐교했다. 이처럼 고향의 학교가 문 닫는 일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재경의성향우회가 나서보기로 했다"고 했다.

그래서 지 총장은 재경의성향우회장을 맡으면서 향우회가 금성고에 매년 500만원을 지원하던 것에 더해 별도로 1천만원을 더 모아서 보내주고 있다. 학령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지역 특성상 학교를 유지하려면 결국 타지에서 학생을 유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등록금'기숙사 지원 등 유인책이 있어야 하고 공립학교의 재정으론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 추가 지원하는 것이다.

지 총장은 '삼성맨'으로 있을 때 직원들에게 꿈을 강조하는 선배이자 상사였다. 그런 그답게 은퇴 이후에도 꿈을 꾼다. 바로 고향의 내일을 위한 꿈이다. 그는 자신이 꿈꾸는 '사람 사는 고장, 의성'을 만들 방안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접한 충남 홍성의 '은퇴농장'과 충북 단양의 시골 초등학교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은퇴농장'은 이름 그대로 도시에서 삶을 정리한 은퇴자들이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87만원만 내면 방은 물론이고 삼시세끼까지 제공되는 그야말로 '어른을 위한 하숙집'이었다. 하숙생 어르신들은 소일거리로 유기농 작물을 직접 재배하며 용돈 벌이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단양의 시골 마을에서는 동네 사람들이 초등학교 기숙사를 짓고 서울 사람이 유학 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어린이들이 들과 시내에서 뛰어놀며 자연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인성교육이 돼, 입소문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며 "이처럼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렇게 될 때 의성도 '소멸 위기 지방자치단체'에서 '사람 사는 곳'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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