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시마(독도)는 일본 땅이고, 위안부 문제는 합의되었다.'
지난 24일 오후 3시에 발표한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의 검정 결과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동북아역사재단이 검정한 일본 교과서 59종 가운데 46종이 독도 관련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교과서 숫자도 늘고 내용도 한층 강경해졌다. 이전 교과서에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 독도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정도였으나, 이번에는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이나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위안부 관련 왜곡도 비슷한 경향이다. 검정 대상 21종 가운데 13종이 위안부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과거보다 숫자가 줄었고 내용은 크게 후퇴했다. "일본군 위안부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과거 기술이 2015년 말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반영해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에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로 합의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1982년 일본 정부는 역사 교과서 파동을 계기로 "근린제국과 국제이해, 국제협조에 배려한다"는 이른바 근린제국 조항을 교과서 검정 기준에 추가했다. 아시아 침략으로 점철된 근대 일본 역사 때문이다. 일본 역사를 기술할 때에는 관련 국가들의 입장을 배려해 균형 잡힌 서술을 해야 한다는 기준이었는데, 이 조항은 2006년 교육기본법 개정으로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인격의 완성과 개인의 가치 존중을 목표로 하던 교육 목표가 '나라 사랑'과 전통 존중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침략 역사의 미화로 나타났다. 학생들에게 일본 역사에 긍지를 갖게 하고 '나라 사랑'을 주입하려는 목적이다. 침략 역사를 미화하는 사례로는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위안부와 난징 대학살에 대한 부정이 대표적이다. 독도와 센카쿠(댜오위다오) 문제에 대해서도 도발적인 자세를 강화했다. 독도와 센카쿠 문제는 러일전쟁과 청일전쟁을 틈탄 침탈이라는 측면에서 침략 역사의 한 단면이다. 이러한 일본의 변화는 여러 이유가 있다. '잃어버린 20년'으로 상징되는 1990년대 중반 이후의 경기 침체가 보수 회귀를 불러왔다, 한국의 성장 및 중국의 부상으로 아시아 패권 상실에 대한 불안감의 또 다른 표현이다,
심각한 것은 한국 정부의 대응 방안이다. 한국은 외교적으로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으며, 일본을 비판하기 위한 명분도 찾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얼마 전까지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한 한국 정부가 일본의 검정 교과서를 비판하려니, 켕기는 구석이 있다.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뜬금없는 독도 방문은 논쟁 차원의 독도 문제를 실제적인 영토 분쟁으로 비화시켰다. 2015년 12월 말 정부가 섣부르게 위안부 문제에 합의함으로써 위안부 문제는 끝났다고 기술한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일본은 치밀하고 체계적이었고 한국은 어설프고 즉흥적이었다. 과거 한국은 도덕적 우월성과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일본을 견제했으나, 이제는 입장이 거꾸로 되어 버렸다. 일본 대사가 부산 영사관 앞의 소녀상을 핑계로 한국의 약속 위반이라며 돌아오지 않고 버틸 정도로 '명분'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 어설픈 외교가 역사 왜곡을 정당화시켜줄까 우려스럽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일 간의 문제로 왜소화된 위안부 문제를 '전시 여성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문제로 승화시켜야 한다. 독도는 영토 문제가 아니라 침탈의 역사라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국가 간의 역사는 외교 문제이므로, 현재의 외교는 미래의 역사가 된다. 외교는 상대가 있어 한 번 결정하면 새로 고치기 어렵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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