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근심/ 리쯔쉰 지음/ 강은영 옮김/ 아날로그 펴냄
하루도 근심·걱정이 떠날 날이 없다. 나만 그럴까. 그건 아닌 것 같다. 10대는 학교 성적 경쟁 속에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20대는 취직과 연애에 대한 걱정으로, 30대는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불확신으로 현재가 불안하다. 40대는 지켜야 할 것도 많은데 잃어야 할 것이 더 많은 현실이 절망적이며, 50대는 은퇴 후 삶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이루기조차 쉽지 않다. 60대부터는 현실로 닥친 노후 경제적 불안과 건강에 대한 염려로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미약하다고 느끼고 있고,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 불안 정도를 총 10점 만점에 6.6점이라고 평가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고용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10명 중 6명은 주거 불안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친다. 게다가 각종 사건사고, 장기적 경기침체까지 맞물려 무엇 하나 안정감 없는 현실을 견뎌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현실을 비꼬아 '헬조선'이라고 부른다. 그럼,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와 달리 걱정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인이 아닌 중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이다. 화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중일우호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로 근무하며, 심리협회 베이징 심리자문과 치료전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학술적인 스타일은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문제를 꿰뚫어보는 예리함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보다 미래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지면서,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사회의 최소 단위인 '나'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방어적인 자세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 된 것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에 언급되는 사례 하나하나가 우리의 현실과도 한치의 어긋남 없이 부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예측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잉근심' 사회에서 요술램프 속의 거인(지니)을 불러내듯 없는 걱정을 사서 하는 '램프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했다.
이 책은 근심'걱정 속에서 고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 정체 모를 불안감 때문에 일상 속에서 수많은 문제에 부딪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고, 현재를 한없이 불안해하며,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는 상태로 영원히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인생을 제대로 살고 싶다면 마음 관리가 필요하다.
저자는 일상, 일, 연애, 결혼 등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주제들을 다루며 공통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현재의 나'를 믿고 사랑해주라는 것이다. 그는 근심이 많아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걱정을 좋아해 보라고 말하면서, 세심하게 신경 쓰고 위험에 대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자세임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또한 자존감이 높을수록 좋다는 우리의 일반적 생각이 불안감을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잘못 발현된 비뚤어진 자존감보다는 겸손으로 점철되어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열등감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저자는 주장한다.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되 나를 괴롭히는 불안감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이전보다 좋은 인생, 명료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마음의 힘을 소진시키고 피로하게 만드는, 덜어내야 할 불필요한 것들을 깔끔하게 정리하자고. 과거에 집착하거나 후회하지 말고, 미래를 예측하지도 말며 현재를 살면 '걱정'이라는 감정 또한 점점 옅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217쪽, 1만2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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