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중에 '-아지'가 붙는 말들은 '송아지, 강아지, 망아지'처럼 새끼나 작고 귀여운 것을 이야기하는 것들이 있는 반면, '꼬라지(꼴+아지), 싸가지(싹+아지), 따라지(딸+아지)'와 같은 들으면 기분 나쁜 말들도 있다. '-아지'가 동물이 아닌 명사나 동사에 붙으면 비하(卑下)하는 의미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분 나쁜 이유는 조금씩 다르다. '꼬라지'라는 말은 '꼴'이라는 말 자체가 비하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지'가 붙어 있거나 없거나 기분이 나쁘다. 전에 이야기한 바가 있듯이 '싸가지'의 '싹'은 예의 바름이나 장래성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있어야 좋은 것이다. 그렇지만 '-아지'가 붙음으로써 비하의 의미가 담기다 보니 '싸가지가 있다'는 말이 칭찬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따라지'는 동사 '따르다'에서 나온 '딸'에 '-아지'가 붙어서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어떤 사람들은 아들, 딸의 딸과 '-아지'가 붙은 것으로 보고 남존여비 사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하는데, 그럴듯하지만 근거는 없다.) 동사의 의미를 생각하면 자기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지 못하고 항상 남을 따라하고, 남에게 의지해서 구차하게 살아가는 존재인데, 그것이 확장되면서 보잘것없는 존재들을 가리키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따라지'라는 말은 원래는 '삼팔따라지'와 같은 형태로 도박판에서 많이 사용되던 말이었다. 도박판에서 최고로 높은 것은 '삼팔 광땡'인데, 광땡이 아닌 삼팔은 한 끗밖에 되지 않는 매우 낮은 패이다. 이팔이나 삼칠 망통이라고 불리는 더 낮은 끗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팔따라지'라고 한 것은 삼팔 광땡과의 대비를 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삼팔에서 사람들은 바로 '38선'을 연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1·4후퇴 때 38선을 넘어 남한으로 내려온 사람들은 자신을 스스로 '삼팔따라지'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고향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자책감이 묻어 있다.
어떻게 보면 비교육적인 말인 '따라지'라는 말을 실제로 가장 많이 쓰는 곳은 학교의 등급을 이야기하면서이다. 사람들로부터 따라지 소리를 듣는 학교는 학생들의 학력이 낮고, 문제가 많은 학교인데, 그런 학교들은 대체로 구성원들 모두가 원하지 않는 학교에 어쩔 수 없이 왔다는 패배의식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학교에 다녀보면 외부의 평가에 비해 구성원들이 활기차고 뭔가 해 보겠다는 의욕이 넘치는 학교도 있는데, 그런 학교들은 얼마 가지 않아 뉴스에 나올 만큼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낸다. 삼팔따라지를 잡았다 하더라도 배짱과 자신감이 있으면 아홉 끗을 쥐고 있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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