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열정·감동 세계의 야구장] ③LA 다저스타디움

입력 2015-01-12 06:43:15

5만6천석 ML 최대…1억달러 들여 '첨단 리모델링'

다저 스타디움은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에서 유일한 완전 대칭형 구장이다. 류현진이 제3선발로 맹활약하면서 외야 펜스에는 한국 기업들의 광고가 많아졌다. 이상헌 기자
다저 스타디움은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에서 유일한 완전 대칭형 구장이다. 류현진이 제3선발로 맹활약하면서 외야 펜스에는 한국 기업들의 광고가 많아졌다. 이상헌 기자
홈 플레이트 뒤편에 마련된 기념관(Memorabilia)에 다저스 선수들이 받은 골든글러브가 나란히 전시돼 있다. 이상헌 기자
홈 플레이트 뒤편에 마련된 기념관(Memorabilia)에 다저스 선수들이 받은 골든글러브가 나란히 전시돼 있다. 이상헌 기자

우리 국민 대다수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메이저리그 야구장은 다저 스타디움 (Dodger Stadium)일 것이다. 1994년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 입단,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됐던 박찬호와 올해 3년차를 맞는 류현진의 활약 때문이다. 물론 샌디 쿠팩스(1935~) 같은 다저스의 '전설'과 20년 이상 감독을 한 토미 라소다 고문(1927~)을 그리워하는 올드 팬들도 많을 듯하다.

스타디움(Stadium)은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 경기장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대구스타디움처럼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운동장에 흔히 붙여진다. LA 다운타운 북쪽에 자리 잡은 다저 스타디움 또한 이름에 걸맞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한해 400만 명이 찾는 다저 스타디움은 5만 6천 명이 입장할 수 있다. 현재 사용 중인 메이저리그 구장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하지만 한눈에 전체 외관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경사진 산을 깎고 그 안에 구덩이를 파서 만든 형태라 하늘에서만 정확한 모습을 가늠할 수 있다. 3층 관중석에서 경기장 밖으로 나가면 바로 지면이 연결되는 구조여서, 녹색 그라운드는 반(半) 지하에 있는 셈이다.

다저 스타디움은 대구 새 야구장과 비슷한 면이 많다. 홈팀이 리그 최고 인기구단 가운데 하나이고, 3루 측 더그아웃을 쓴다. 또 시 외곽의 녹지에 만든 덕분에 야구장 펜스 너머로는 빌딩 대신 푸른 숲만 보인다. 차이점이라면 대구 새 야구장이 언덕의 한쪽을 파내고 건설한 데 비해 다저 스타디움은 언덕의 꼭대기에 들어섰다.

최신 시설은 두 야구장의 공통된 자랑거리이다. 1962년 개장한 다저 스타디움은 메이저리그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구장이지만 2013시즌을 앞두고 실시한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첨단 야구장으로 변신했다. 다저스는 LA 이전 50주년이었던 2008년부터 'Next 50 years'(다음 50년)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저스의 해외마케팅 담당자이자 류현진의 통역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마틴 김(35)은 "야구장 노후 시설 교체에만 1억달러를 투자했다"며 "경기장 주변을 초대형 복합야구문화타운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리모델링의 핵심은 관중석 좌석과 전광판 교체, 펜스 광고 정비 등이다. 낡은 의자는 팬들에게 판매, 자선기금으로 냈다. 좌'우중간에 있는 2개의 전광판은 모두 LED 제품으로 바꿨다. 중견수 뒤쪽의 메인 스피커 역시 업그레이드됐다. 경관을 해친다는 비난을 샀던 펜스 광고들은 깔끔하게 새로 꾸몄다. 마틴 김은 "팬들의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선수 클럽하우스, 트레이닝룸, 불펜도 시설을 개선해 호평을 받았다"며 "한국 야구 관계자들의 벤치마킹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구단의 마케팅도 눈길을 끈다. 입장권은 빅마켓 구장답게 다소 비싼 편이지만 '선물'을 제공,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일정 품목의 음식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올유캔잇'(AYCE) 좌석이다. 우익수 쪽 외야석인 이곳에서는 30~40달러를 내고 입장한 뒤 '명물'인 핫도그'나초'팝콘'음료수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야구보다는 가족'친구들과의 나들이가 주목적인 팬들을 위한 전략이다.

홈플레이트에서 가장 먼 1루 측 3층 구석자리는 아파트 10층 높이라 경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마이 타운'(my town) 마케팅을 통해 빈자리로 남겨두지 않는다. 여러 민족이 사는 대도시의 특징을 살려 지정한 날짜에 특정 민족'커뮤니티를 위한 행사를 펼치는 것이다. 마틴 김은 "연간 티켓으로 판매되는 프리미엄 좌석뿐 아니라 일반석도 팬들이 더럽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나의 팀, 나의 구장, 나의 좌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다저 스타디움을 둘러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곳은 홈플레이트 뒤편에 마련된 기념관이었다. 창단 130년이 넘는 명문 구단의 화려한 영광을 자랑하는 이 공간에는 토미 라소다의 유니폼부터 클레이튼 커쇼의 골든글러브,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 등이 빛나고 있었다. 프로야구 원년 팀으로서 통산 8차례 리그 챔피언에 오른 삼성이 새 야구장에 이 같은 공간을 마련하게 되면 팬들의 감흥은 남다를 수밖에 없을 듯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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