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기 금융지주체제(우리·신한·하나·KB)를 이끌어 오던 우리금융지주의 분할매각이 본격화되면서 금융업계가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증권업계 1위인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NH농협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분을 강화하면서 일거에 금융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그동안 농협은행 중심의 수익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무척 공을 들여왔으나 손발이 되어줄 비은행계열 금융회사를 갖추지 못해 애를 먹어 왔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 인수가 가시화되면서 보다 다양한 자산운용기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숙원과제가 하나 풀린 셈"이라며 "몸집 불리기와 내실 다지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당분간 대형 인수·합병은 자제하면서 우리투자증권 인수 후 통합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 목표와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덩치만 키우면 대형부실을 낳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시장 안팎의 우려에 따른 것이다.
반면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NH농협금융지주에 밀린 KB금융지주는 KDB대우증권 등 앞으로 시장에 나올 금융사들의 인수·합병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증권과 동양증권 등 굵직한 매물들이 시장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 금융업계의 지각변동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더불어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 시절 외환은행 인수 실패에 이어 지난해 ING생명보험과 올해 우투증권까지 각종 인수·합병에 실패해 체면을 구기게 됐다.
특히 KB금융지주는 연이은 인수전에서의 실패로 자산과 수익 면에서 국민은행에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수익구조 개편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지주는 앞으로 대형 금융사 인수·합병전에서도 NH농협금융지주와의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키움증권이 우리자산운용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낙점되면서 자산운영업계의 판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23일 현재 수탁액 9205억원으로 전체 92개 자산운용사 중 57위를 기록했던 키움자산운용은 우리자산운용(20조4868억원)을 흡수하면 수탁액 규모가 21조4073억원으로 늘어나 한국투신운용에 이어 업계 7위로 올라서게 된다. 온라인 주식시장 위주였던 영업망도 대폭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현대증권과 동양증권 등에 대한 인수·합병과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업계 지각변동은 한동안 계속 될 것"이라며 "시장상황에 떠밀리듯 하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목적지가 있는 새판짜기가 돼야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문했다.
유광준기자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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