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빠진 풍선처럼 짜부러든 폐…호흡곤란'통증
폐(허파)는 두 겹의 얇은 막에 둘러싸여 있다. 안쪽에 있는 막을 '장측흉막'이라고 한다. 신체 내장을 둘러싼 가슴 부위의 막이라는 뜻이다. 바깥쪽 막은 '벽측흉막'이라고 한다. 갈비뼈 안쪽의 흉벽을 둘러싼 막이라는 뜻이다. 장측흉막이 폐를 감싸고 그 위에 다시 벽측흉막이 덮고 있다. 정상 상태라면 두 막 사이는 거의 공간이 없을 정도로 붙어 있다. 이 공간이 바로 '흉강'이다. 여러 이유로 흉강에 공기가 차게 되면 '기흉'(공기가슴증)이 생긴 것이다.
기흉이 생기면 폐가 '허탈상태'에 이른다. 쉽게 말해서, 정상적으로 폐 안을 채우고 있어야 할 공기가 빠져나가서 폐 일부가 바람 빠진 고무풍선처럼 된 상태다.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이 생기고 심한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발병 연령 갈수록 낮아져
원인에 따라 크게 외상성 기흉과 자연기흉으로 나뉜다. 외상성 기흉은 말 그대로 가슴 부위를 찔리거나 심한 충격을 받았을 때 또는 치료 과정에서도 생길 수 있다. 자연기흉은 외부 손상이 아니라 폐나 흉막의 질환으로 생긴다.
자연기흉은 원인 질환이 뚜렷한 이차성과 원인 질환을 알 수 없는 원발성(일차성)으로 다시 나뉜다. 결핵을 앓은 뒤 후유증으로 기흉이 생기거나 만성기관지염, 특히 폐기종(폐가 탄력을 잃어 수축하지 못하고 부푼 상태가 유지되는 것. 오래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주로 발생하며, 정상 호흡이 되지 않음)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생기는 기흉이 바로 이차성이다. 드물지만 폐암 환자도 이차성 기흉이 생길 수 있다. 이차성 기흉은 폐질환이 원인이며 주로 중년층이나 노년층에서 발생한다.
한편 원발성 기흉은 주로 20, 30대의 젊고 큰 키의 마른 체형 남자에게 많이 생긴다. 최근 들어 발생 연령이 더 낮아져서 한창 공부에 열중해야 할 중고생, 대학생들에게 곧잘 생긴다. 대부분 양측 폐의 가장 윗부분에 폐기포(폐의 일부가 공기주머니처럼 부푼 것)가 터져서 발생한다. 폐기포가 생기는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다른 신체 부위가 급속하게 자랄 때 폐도 빠르게 자라지만 폐혈관이나 기관지 등은 발육이 늦어져 폐기포가 생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콕콕 찌르는 가슴통증 호소
주된 증상은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이다.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가슴통증은 보통 하루 정도 지나면 많이 완화된다. 호흡곤란은 기흉이 심하거나 폐질환이 있는 경우 더 악화될 수 있다. 특히 결핵을 앓아서 폐의 손상이 심하거나 폐기종 탓에 평소 숨이 가빴던 환자라면 비교적 가벼운 기흉이라도 심각한 호흡곤란을 느낀다. 손끝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 가쁜 숨을 몰아쉬는 과호흡증, 숨쉬기가 제대로 안 되는 호흡부전에 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즉각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반면에 폐 기능이 비교적 정상적인 젊은 남자에서 잘 생기는 원발성 기흉의 경우, 호흡곤란이 생기기도 하지만 가슴통증을 더 많이 호소한다. 기흉의 가장 큰 특징은 재발을 잘 하는 것. 처음 발병한 뒤 2년 이내 재발할 확률이 약 50%를 넘는다. 한 번 재발한 환자의 경우, 다시 재발할 확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 이런 경우 수술을 통해 근본적 치료를 한다.
◆공기 빼내는 흉관 삽입술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흉부 사진을 찍어보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최근 기흉 환자의 경우, CT 촬영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유는 다른 폐질환이 있는지 확인해서 기흉의 원인을 찾고, 폐기포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만약 폐기포가 있다면 기흉이 재발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이럴 경우 환자의 상태에 따라 폐기포 제거수술을 권하기도 한다.
자연기흉의 치료 원칙은 흉강에 들어찬 공기를 제거하고 짜부라든 폐를 다시 팽창시키는 것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폐가 짜부라진 정도가 적은 환자의 경우, 안정을 취하거나 산소를 투입하며 경과를 살펴보기도 한다.
그러나 기흉에 가장 일반적 치료법은 흉관 삽입술이다. 갈비뼈 사이에 구멍을 뚫은 뒤 가는 관을 흉강 내에 집어넣어 공기를 빼내는 것. 하지만 기흉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가 재발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일부 환자의 경우, 재발을 막기 위해 흉관 삽입 후 흉관을 통해 약품을 주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환자는 재발한 경우엔 수술로 폐기포를 제거한다. 과거에는 가슴을 열고 폐기포를 제거하는 수술법을 택해 수술 후 장시간 가슴통증에 시달리고 입원기간도 길었다.
◆환자 부담 적은 흉강경 수술
최근엔 가슴을 여는 대신 흉강경 수술이 이뤄진다. 가슴에 두세 곳의 피부를 절개(약 1㎝ 미만)한 뒤 이곳을 통해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흉강경과 수술기구를 집어넣어 의사가 모니터를 보면서 수술하는 것. 통증과 합병증을 줄이고 입원기간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가슴을 열면 7~10일가량 입원하지만 흉강경은 이틀이면 충분하다. 아울러 재발 가능성도 크게 낮췄다. 흉관을 삽입해서 공기를 뺀 뒤 약물만 주입하는 경우 재발률이 50%에 이르지만 수술 후 재발 가능성은 2~7%에 그친다.
계명대 동산병원 흉부외과 금동윤 교수는 "동산병원의 경우, 기흉이 생겨서 응급실이나 외래를 통해 흉관을 삽입한 뒤 입원하는 환자가 일주일에 3, 4명에 이른다"며 "특히 원발성 자연기흉의 경우, 대부분 환자가 학업이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있는 학생들이어서 흉강경 수술을 통해 가급적 입원기간도 줄이고 통증도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02~2009년 사이 기흉 발생을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기흉 발병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10대로 나타났다. 8년 새 10대의 기흉 발병 증가율은 76.3%에 달했다. 특히 남자의 발병률이 높았다.
기흉의 발병과 재발을 막으려면 금연이 중요하다. 흡연은 기흉 발생 가능성을 20배 정도 늘린다고 알려졌다. 금동윤 교수는 "특히 청소년기에 기흉을 앓았다면 반드시 금연해야 이후 다른 폐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흉부외과 금동윤 교수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철우 "안보·입법·행정 모두 경험한 유일 후보…감동 서사로 기적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