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엔 엄격히 지켜…현대에도 '행동의 일치'는 유효
'3일치의 법칙'은 연극 전공자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용어다. 또한 연극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연극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의 의미는 말 그대로 3일치, 즉 3가지가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세 가지를 살펴보면 첫 번째는 시간, 두 번째는 장소, 세 번째는 행동이다. 그러니까 '시간' '장소' '행동'이 한 편의 연극 안에서 일치해야 한다는 규칙이 3일치의 법칙이다.
3일치의 법칙은 16, 17세기에 반드시 지켜야 할 연극의 엄격한 규칙이었다. 물론 현대의 연극에서는 3일치의 법칙이 지켜지지 않는다. 말은 법칙이라고 하지만 이 법칙 혹은 이 규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 법칙은 처음부터 잘못 적용된 이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3일치의 법칙에 대해 처음 설명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그가 쓴 '시학'에서 3일치의 법칙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는데, 실제로 그가 애초에 강조한 것은 시간이나 장소가 아니라 행동의 통일이었다.
그런데 후세에 이것을 잘못 해석하고 확대 적용하면서 일종의 연극 법칙으로 확립시켰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이에 반대하는 주장들이 나왔고 결국 3일치의 법칙을 사이에 두고 논쟁이 일기도 했다. 이것이 연극이론을 공부하다 보면 접하게 되는 그 유명한 '르시드 논쟁'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오늘날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 3일치 법칙의 현주소다. 연극을 만드는 데 이 법칙을 그대로 적용하다 보면 많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의 발달로 인한 각종 무대기술 등의 발전은 3일치 법칙을 무너뜨리는 데에 단단히 한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3일치 법칙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본질적인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법칙이 완성되는 시작부터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오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3일치 법칙을 온전히 적용하자면 극작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극작가가 3일치 법칙을 적용해 작품을 쓰려면 상상력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간, 장소 때문에 받는 제약은 극작가를 위축되게 만들고 이는 그대로 작품에 반영된다. 3일치의 법칙에서 말하는 시간의 통일, 즉 연극의 시간적 배경이 단 '하루' 오직 '24시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작가에게는 제약이다. 또한 장소의 통일은 연극의 공간적 배경이 단 '한 곳' 오직 '한 장소' 안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현대의 연극 중에서 이것들이 모두 지켜진 연극도 있다. 하지만 그런 연극은 3일치 법칙을 지킨 것이 아니라 작가가 의도한 설정에 따라 그렇게 된 것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3일치의 법칙이 모두 무너지거나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일 강조했던 것이기도 한 행동의 일치는 아직까지도 대부분 지켜지고 있다. 행위의 일치라고 부르기도 하는 행동의 일치는 단순히 하나의 단일 사건으로 극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극에는 여러 가지 사건이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인물이 존재하겠지만 결국 수많은 사건, 혹은 수많은 인물의 이야기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하나의 초점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그러니 오늘날에도 일반적인 연극에서는 이 행동의 일치는 지켜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라고 해도 이것은 별 차이가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고전주의 연극에서 엄격히 지켜졌던 3일치의 법칙이 무시당하기 시작한 것은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비극부터라는 사실은 더욱 흥미롭다. 물론 그가 혼자 흐름을 바꾼 것은 아니겠지만 오랜 시간 동안 희곡을 쓰는 이상적인 원칙처럼 여겨졌던 3일치의 법칙을 깨고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고전 명작을 써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그의 도전 정신과 그가 쓴 작품이 보여주는 작품성이야말로 연극에서 필요한 법칙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하나 더 얘기하자면 오늘날의 현실에 맞는 3일치의 법칙은 '작가' '연출가' '배우'가 하나로 뭉쳐 관객에게 좋은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어긋난다면 결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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