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예술의 꽃'…경력'연륜 갖춘 배우의 삶이 담긴 작품 많아
단 한 명의 배우가 무대에서 연기하는 1인극을 '모노드라마'(monodrama)라고 부른다. 모노드라마의 배우는 작품에 따라서 단 한 인물을 연기할 수도 있고 여러 인물을 연기할 수도 있다. 어쨌든 무대를 배우 혼자서 채워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연극사에 의하면 18세기 후반 독일의 배우이자 연출가이며 극작가였던 브란데스가 유행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현재의 모노드라마와는 여러 면에서 그 모습이 달랐다.
처음에 모노드라마가 유행하던 때는 유명한 연극의 독백 부분, 즉 그야말로 한 배우의 모놀로그(monologue)를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오직 한 배우만을 위한 독립적인 모노드라마 대본을 만들어서 공연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본 내용은 무대 위에 선 배우가 관객을 향해 연설하거나 이야기하는 등의 극히 자연스러운 사실적 상황의 제시였다. 한 배우가 한 역할만을 연기했기 때문에 그 인물이 배우의 연기인지 혹은 그 배우 자체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현재까지도 남아있는 모노드라마의 특징이기도 하다. 배우의 실제 삶을 등장인물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많은 연극에서 드러나는 특징처럼 모노드라마에서도 일인 다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 명의 배우가 여러 등장인물을 연기해 보통의 연극과 다르지 않은 작품을 보여준다. 하지만 모노드라마는 1인극인 만큼 일반적인 연극의 경우와는 제작환경에서부터 모든 것이 다르다. 이미 나와 있는 모노드라마 대본을 공연작품으로 선정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새로운 모노드라마 대본을 창작하는 경우에도 그 중심에는 배우가 서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창작초연작의 경우, 작가는 모노드라마에 출연할 배우를 위한 그 배우만의 작품을 쓰게 된다. 모노드라마는 누구보다도 배우가 중심이며 그 배우가 모노드라마를 선택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존재하는 모노드라마 대본도 처음에는 특정한 배우 한 사람을 위해 쓴 대본으로 그 배우의 삶이 온전히 묻어나는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배우는 연극의 꽃이라고들 부른다. 그러니 단 한 명의 배우가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모노드라마는 배우 예술의 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배우들이 더욱 더 모노드라마를 꿈꾼다. 자신이 빛나고 싶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연극평론가들은 모노드라마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한다. 어쨌든 배우 혼자서 무대를 채우기 위해서는 연기력 외에도 대중적 인기가 필요하다. 이런 점은 연극제작진이 생각하는 모노드라마의 제작요건인 셈이다.
하지만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나오는 유명 배우라고 한들 나이가 젊고 경력이 짧다면 그 인기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모노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약속한 것은 아니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약속 혹은 원칙처럼 생각되는 것이 모노드라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배우의 경력과 연륜이다. 특정한 나이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모노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거의 어느 정도 이상의 경력이나 연륜을 지닌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인기가 있다고 해서 젊은 배우가 모노드라마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배우가 자신의 배우 생활을 정리하며 준비하는 마지막 공연처럼 의미심장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흔히 모노드라마는 배우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많다.
한때 우리나라에 모노드라마가 상당히 유행했던 시대가 있었다. 연기력이나 경력, 연륜 등을 무시한 채 배우의 대중적 인기만을 믿고 혹은 일반적인 연극에 비해 배우 출연료를 줄일 수 있다는 그야말로 무지막지하게 단순한 논리로 모노드라마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패도 많았다. 꼭 모노드라마로 연극을 제작해야만 하는 필연적인 논리가 없으면서도 굳이 모노드라마의 성공사례만을 따라하려다가 실패한 경우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 작품들은 모노드라마는 재미없는 연극 혹은 불편한 연극이라는 인상을 관객에게 심어주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관객들은 배우 한 명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모노드라마의 독특한 매력을 즐기고 싶어 한다. 이런 관객의 욕구가 배우의 욕구와 만나서 잘 절제되고 어우러진다면 모노드라마의 태생적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살려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연극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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