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들어설 자리에 공장·식당 등 사유지…학생들 이면도로 통학
15일 오후 대구 달서구 월성동 월서중학교. 하교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좁은 이면도로로 쏟아져 나왔다.
편도 1차로인 좁은 이면도로는 주변 상가와 아파트 출입차량, 불법 주정차 차량까지 뒤엉켜 아주 혼잡했다.
학생들은 좁은 인도를 걷거나 차량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 걸었다. 차량 한 대가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학교 진입로는 미술작품 전시회까지 열리고 있었고, 학교 안 개방형 도서관인 월서행복도서관 출입 차량들은 작품을 구경하는 학생들을 간신히 피해 다녔다.
이 학교 1학년 최모(14) 군은 "워낙 도로가 복잡해 자동차 후사경에 치이거나 바퀴에 발이 부딪치는 경우도 있다"며 "학교 문이 제대로 돼 있다면 빙 둘러오지 않아도 돼 등교시간이 5분은 줄어들 것"이라고 푸념했다.
학생들이 좁고 위험한 이면도로로 등'하교를 하고 있는 것은 개교한 지 4년이 지나도록 교문을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가 '교문 없는 학교'가 된 것은 도로와 함께 정문이 들어서야 할 학교 서편에 폐공장과 식당 주차장 공터 등 사유지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어서다. 대구시는 1999년 월배지구단위계획 수립 당시 월배초등학교에서 조암로까지 640m 구간에 도시계획도로를 만들기로 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학교 측은 좁은 이면도로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워낙 길이 좁은데다 차량 통행이 잦고, 인도도 좁기 때문이다. 심지어 학교 서편과 인접한 폐공장과 밭이 학교 주차장보다 지대가 높아 폭우가 내리면 주차장이 잠기는 일까지 발생한다는 것. 도로가 개설되면 하수관으로 빗물이 빠져나가지만 공터에는 하수 시설이 없다.
학교 한 관계자는 "실제 올여름 장마 때 주차장에 물이 들어차 소방차가 출동해 물을 퍼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학교 북쪽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인근 아파트 단지를 지름길로 이용하는 탓에 주민들의 민원도 적지 않다.
이 학교 박해흥 교장은 "등교 시간이면 선생님 3, 4명이 안전지도를 하지만 역부족"이라며 "조암로에서 학교 정문까지라도 도로를 내주면 학생들의 통학거리가 줄고 안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도로 개설 시기에 대해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로 개설에만 232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도로 예정 부지가 모두 사유지여서 보상에만 20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것.
대구시 관계자는 "월배지구 안에는 아직 개설하지 못한 계획도로가 여러 곳이어서 특정 구간을 우선 개설하기 가 쉽지 않다"며 "문제가 된 곳을 개통하더라도 다른 곳과의 연결이 안 돼 특정 도로에 큰돈을 쏟아붓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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