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속 역경딛고 이은 학업…후배에 희망주는 사학명문 발돋움
'동지(同志)의 혼으로 참을 알고 의를 좇고 덕을 닦자.'
광복 후 암울했던 시기에 개교한 포항 동지고등학교는 올해 60회의 졸업생을 배출한 경북의 명문 사학으로 우뚝 서고 있다. 오랜 연륜만큼이나 이 학교 역시 파란만장한 역사를 갖고 있다. 민족 갱생과 혼을 불어넣기 위해 인재양성의 절실함을 깨달은 고 평보 하태환 이사장(1916~1991)은 동지교육재단을 설립해 1946년 동지상공중학교(보통학교)를 개교했고, 문교부의 학제개편으로 중등과 고등학교가 분리되면서 1951년에 동지상고가 개교됐다. 1984년 동지종합고교로 교명이 변경됐다가 1989년 동지고교로 변경돼 인문계로 전환했다.
송정동 교사(校舍)로 출발해 죽도동을 거쳐 50여 년 동안 용흥동 대왕골에 정착을 했으나 1989년 송도동으로 이전했다가 2001년부터 현재의 용흥동 감실골 교사시대를 열고 있다. 감실골에는 동지교육재단의 동지중'고와 동지여중'여상 등 4개 학교가 밀집해 있다.
가난으로 찌든 힘든 시절에 학교를 다녔던 동문들은 죽도동의 낡은 교사에서부터 대왕골의 힘찬 기상과 송도동 교사의 가슴 시린 역경을 헤치고 오늘의 감실골에 정착한 모교의 발전에 박수를 보낸다. 더욱이 이명박(9회) 대통령의 모교로 전국 유명세를 타면서 2만3천여 명에 달하는 동문들의 긍지와 자부심은 대단하다.
포스코 외주사 ㈜성광의 부사장으로 있는 한명희(23회) 총동창회장은 "입학금을 면제해 주는 등 당시 학교에 장학 혜택이 많아 가난 속에서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포항은 물론 영덕, 울진, 울릉의 성적우수 학생들이 몰렸다"면서 "대구의 대구상고와 맞설 정도로 동지상고는 동해안을 대표하는 고교였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설립자이신 평보 선생은 어려운 가정형편이지만 배우려는 의욕으로 가득 찼던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원은 물론 아버지처럼 따뜻한 사랑으로 큰 용기를 준 존경받는 스승이셨다"고 회고했다.
동문회는 동지장학회를 결성해 우수 학생 육성에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학교도 학력 신장을 위해 다양한 명품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개관 9년째를 맞는 기숙사 '평보실'은 70석 규모로 학습실마다 온'냉방 시설을 갖추는 등 생활과 학습환경이 최상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학습의 수준 차이, 학생들의 개인차를 고려해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 및 교과교실제, 블록타임제도 운영하고 있다. 학교 독자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 프로그램을 통해 공교육의 진정성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학창시절 애환
동지상고 야간부를 다닌 이명박(9회) 대통령은 '동지 60년사' 기고문을 통해 "현대건설 회장으로 재직하던 어느 날 모교 교장선생님께서 전화로 '야간부가 없어지게 되었는데 이 회장 생각이 나서 전화했네. 자네가 그래도 우리 학교를 나왔으니까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씀을 하셔서 목이 메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낮에는 뻥튀기 장사를 하다가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하교 후에는 극장 앞에서 과일을 팔기도 했다"면서 "늘 배고프고 피곤하게 고교 3년을 보냈지만 동지가 있었음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며 회상했다. 이 대통령은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께서 '일생을 사는 데 고등학교 졸업장이 중학교 졸업장보다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씀해 주시며 강력 권유해 동지를 졸업했으며 대학 지원 때 고교 졸업장이 정말 귀하고 귀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면서 모교 발전을 기원했다.
동문들은 상고 특성상 교실마다 배치된 고가의 타자기와 관련된 애환을 많이 기억한다. 서영호(34회) 씨는 "태풍이 몰려와서 1층 교실이 침수됐는데 2층으로 대피하면서 제일 먼저 챙긴 게 타자기였다"면서 "'고가품이니 물에 떨어뜨리면 큰일이다. 주의하라'는 선생님들의 호통에 각자 가방을 챙길 생각은 아예 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또 잘못을 할 경우 꿇어앉아 두 손으로 타자기를 드는 벌로 인해 진땀을 흘렸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동문들은 "비싼 타자기를 떨어뜨려 망가지면 안 되기 때문에 팔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 속에서도 사력을 다해 버텼다"고 말했다.
◆동문들의 모교사랑
재단법인 동지장학회는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이 2004년 재경동문회장을 역임하면서 뜻 있는 동문끼리 장학법인 설립을 위해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재경동문과 포항동문들이 각각 1억원씩 모금해 장학회 법정 최저자산인 2억원을 충당하려고 했으나 이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4회) 국회의원이 각 5천만원씩 출연하는 등 모두 3억1천350만원을 모금해 2006년 동지장학회를 발족했다. 이 의원이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장학회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각계에서 활동하는 동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현재 10억원의 장학기금이 확보된 상태이다.
동지교육재단에서 오랫동안 업무를 본 성현수(12회) 전 재단기획실장은 "평보 선생이 학교 설립과 기초를 다졌다면 동문들의 힘을 결집한 이상득 국회의원이 학교를 중흥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학교 스승과 형제들의 이름으로'라는 교가 내용처럼 의기투합한 동문과 재단, 교사 등이 합심해 오늘의 동지로 발전한 것"이라고 전했다. 동지장학회는 매년 80여 명의 재학생과 타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수여식 등 공개행사는 일절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개별 송금하는 방식을 택한다. 외부에 떠들썩하게 하지 않고 조용하게 도움을 주자는 장학회 운영 원칙 때문이다.
총동창회는 동문회관 건립을 위해 기금모금에 나섰으며 올해 회관 부지를 매입할 계획이다.
◆동문들의 활약
정'관계 인사로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상득 국회의원과 이병석(20회) 국회의원, 단병호(17회) 전 국회의원 등이 있다. 또 김철문(21회)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사업지원국장, 손위수(13회) 전 주미한국대사관공사, 박기환(17회) 전 포항시장, 이석수(2회) 전 경북도 부지사, 최영만(18회) 전 포항시의회의장, 배달원(21회) 포항시 국제화전략본부장, 김완용(21회) 포항시 서기관 등이 활동하고 있다.
무관으로는 김상기(20회) 육군참모총장, 정연봉(25회) 육군소장이 있고 법조계는 오재훈(19회) 변호사, 권영준(22회) 변호사, 김형중(43회) 변호사가 있다. 금융계에서는 최원병(14회) 농협중앙회장, 이휴원(21회) 신한증권사장, 김능수(23회) 삼성에스원부사장, 우중근(24회) 우리은행 부행장이 활동하고 기업 쪽에는 권두철(16회) 가야컨트리클럽 대표이사, 문경환(19회) 동대건설 대표이사, 황인찬(20회) 대아그룹회장, 황인규(22회) ㈜대아여행사 부회장 등이 있다.
학계는 손경호(10회) 용인대교수, 장창두(13회) 서울대 교수, 김완석(15회) 서울시립대 교수, 김현탁(26회) KAIST 교수가 있으며 체육계 인사로는 김정행(10회) 용인대총장, 김재범(52회) 유도선수가 있다.
언론계에서는 정정화(16회) 경북일보 대표이사, 김형태(19회) 전 KBS 국장, 임해도(24회) 포항MBC 보도제작국장이 활동한다.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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