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입양의 날…'임시 엄마' 위탁모의 세계

입력 2011-05-11 09:40:20

'갓난이'와 길어야 5개월 '정 들자 이별'

주부 김문억(45) 씨와 아들 동준(13) 군이 위탁아동을 지켜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주부 김문억(45) 씨와 아들 동준(13) 군이 위탁아동을 지켜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잠시 돌봐주는 위탁모(委託母).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다섯 달 동안 아이를 맡아 기르는 '단기 엄마'들이 대구에만 현재 61명이 활동 중이다. 정이 든 아이를 떠나보내고, 또 새로운 아이를 맞이할 때마다 눈물과 웃음바다가 되풀이된다. 입양의 날인 11일 이들을 만나봤다.

◆이별하기 위해 키우는 아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내 동생. 돌잔치도 못했는데 다른 곳으로 간다. 멀리 외국으로 가면 다시 보기 힘들 텐데. 진짜 내 동생 삼았으면 좋겠다."

9일 오후 대구 달서구 상인동 한 주택. 주부 김문억(45) 씨는 아들 동준(13'대구 도원초교) 군이 쓴 일기를 읽어 내려갔다. 위탁모로 처음 맞이한 사랑(1'여)이를 떠올리며 아들이 쓴 일기에는 이별의 아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이별은 힘겹지만 이들이 겪어야 할 과정이다. 김 씨는 "4개월 동안 함께 지냈던 사랑이는 올해 2월 다시 친부모 곁으로 돌아갔다. 동준이가 넉 달 동안 정이 많이 들어서 그런지 지금도 사랑이를 많이 그리워한다"고 말했다. 사랑이가 떠난 뒤 김 씨는 이현(1)이를 데려와 보살피고 있다.

김 씨가 위탁모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한 TV 프로그램에서 '국내에 위탁모가 많이 모자란다'는 내용을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두 명의 입양 아동을 키우며 김 씨 가정도 얻은 것이 많다. 학교에 다녀오면 책가방을 던져놓고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던 아이들이 아기와 놀기 위해 거실로 모여들었다. 30일, 60일, 100일 때마다 기념파티를 열자 집안 분위기가 밝아졌다. 김 씨는 "아이 덕분에 온 가족이 모여서 웃고 대화할 기회가 많아졌다. 아이에게 해주는 것보다 오히려 얻은 게 더 많다"고 했다.

◆위탁모가 필요없는 세상을!

백을생(47'여'동구 입석동) 씨는 경력 7년차의 베테랑 위탁모다. 가족들도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봉사하는 기쁨에 푹 빠지게 돼 자녀 2명 모두 대학 사회복지 관련학과에 진학했다. 백 씨는 "미혼모나 경제적으로 힘든 부모들이 아이를 포기하는 것은 미혼모에 대한 편견과 감당하기 힘든 육아 비용 때문 아니겠느냐"며 "인식의 변화와 국내 육아 환경이 개선돼 위탁모가 필요없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1년 5월 기준으로 대구지역 위탁 아동 수는 총 61명이다. 하지만 위탁모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구의 입양기관 4곳에서 매년 위탁모를 모집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 위탁모에게는 한 달 동안 위탁 아동을 위한 의료비와 분유(800g) 4통, 40개들이 기저귀 한 팩과 수고비 명목으로 50여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대구아동소 황운용 소장은 "정부가 입양기관에 아이 한 명당 매달 35만1천680원씩 지원하고 있지만 위탁모를 지원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 달에 기저귀 한 팩을 주면 보름 정도 쓸 수 있는데 부족한 것은 위탁모가 직접 사서 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위탁모가 되려면 부모 손길이 많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가 없어야 하며, 이미 자녀를 키워본 경험이 있어야 하고 입양전문기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응급 처치와 분유 먹이는 법 등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면 '마음의 엄마'가 될 수 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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