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원래 모계사회였다고 한다. 좀 더 자세하게는 문명의 시작까지, 그러니까 인류가 등장하고 기원전 2천 년까지는 모계중심의 사회였다는 얘기다. 그랬던 것이 생활에서 남성들의 힘과 싸움의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점차 부계사회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부계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은 지역마다 다르다는데, 문명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부계사회였던 것은 아니며 모계사회의 전통과 흔적은 그 후로도 곳곳에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만 봐도 삼국시대나 고려는 모계사회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그 후의 조선과 비교해 보더라도 여성들의 지위가 재산상속을 비롯한 경제 및 사회적인 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는 잘 알다시피 조선으로 넘어가면서 유교를 바탕으로 확실한 가부장 중심의 부계사회가 들어서게 된다. 이러한 우리의 부계사회는 남아선호풍조를 덩달아 부추기면서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다. 아니, 적어도 얼마 전까지는 그런 듯하였다.
최근에 한 시장조사 업체에서 직장인 5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가 여성 중심으로 직장이나 가정생활이 이뤄지는 이른바 '신(新)모계사회'가 도래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더욱이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해 '집안 모임이 주로 처가(친정) 위주로 이뤄진다'는 응답이 '친가(시댁) 위주로 이뤄진다'는 응답보다 약간 많았다.
'가정 경제권을 아내가 갖고 있다'는 응답은 '남편이 갖고 있다'는 응답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사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의 여성 경제활동인구는 이미 1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니 소위 신가부장(新家婦長), 신모계사회 등으로 불리는 요즘 세태를 애써 부정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여자가 남자보다 7년 정도 더 길다. 이렇게 여자보다 남자가 수명이 더 짧은 이유는 남자가 사회생활로 인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최근의 조사는 약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립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여성암 환자가 11년 새 1.6배 늘었다고 한다. 남성암 환자에 비하면 3, 4배 높은 증가율이다. 어쩌면 이것은 최근에 갑상선암의 조기발견이 많아진 것이 한몫을 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한 연구팀에서 여성암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의 정도를 측정해 봤다.
그 결과 85%가 화병(火病) 증세를 보였고 여성암 환자가 남성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것이 신모계사회의 도래와 연관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스트레스를 여자들에게 떠넘긴, 팔자 좋은 남자들의 평균수명이 여자들을 앞지를지도 모를 일이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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