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기자의 사진 토크] (11) 초점잡기의 재주꾼 AF보조광

입력 2010-09-30 14:08:19

# 촬영제원=셔터속도 1/6초, 조리개 4.0, ISO 1000, 16~35㎜렌즈, AF보조광으로 초점을 맞춘 뒤 플래시 촬영.

대낮에 멀쩡하던 카메라가 해가 지고 나면 헤맨다. 어두운 곳을 만나면 렌즈는 서걱서걱 소리만 낼 뿐 도무지 초점을 잡지 못한다. 카메라가 이런 증세를 보인다면 AF보조광을 빨리 작동시켜 달라는 신호다.

요즘 카메라는 대부분 오토포커스다. 반셔터만 누르면 렌즈는 피사체의 명암 차이를 구분해서 초점을 잡는다. 그러나 빛이 미약한 곳이나 깜깜한 밤에는 명암 구별이 어렵다. 이럴 때 한몫하는 것이 AF보조광이다. AF보조광은 말 그대로 어두운 곳에 보조광을 쏴 렌즈가 명암차이를 구별해 초첨을 잡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설정과 작동방식은 기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먼저 소형 카메라의 AF보조광은 가장 쉽고 단순하다. 소형 카메라에는 대부분 AF보조광이 장착돼 있다. 사용자 설정에서 AF보조광을 켜(on) 놓으면 준비 끝이다. AF보조광은 밝은 곳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어둡다고 판단할 때만 붉은빛의 AF보조광이 깜박거린다. 셔터를 누르면 카메라는 먼저 이 AF보조광으로 어두운 피사체를 비춰 초점을 잡고 그 다음에 플래시를 터트려 촬영한다. 이때 플래시를 '끔'에 설정하면 초점만 잡고 플래시는 터지지 않는다.

플래시가 내장된 보급형 수동 기종에도 AF보조광이 장착돼 있지만 설정에는 다소 주의가 필요하다. 니콘 기종으로 예를 들면 먼저 렌즈를 오토모드로 설정해야 한다. 다음, 바디 앞에 있는 C.S.M 으로 표기된 렌즈 AF변환 스위치를 반드시 S모드로 설정해야 한다. 셔터속도를 제어하는 S(싱글), C(연사)모드와는 무관하다. 마지막으로 바디 뒷면 AF지점 선택 레버를 맨 위쪽(포커스 자동설정)으로 설정한다. 셔터를 누를 때 AF보조광이 닿는 피사체에 초점이 자동설정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세팅이 끝나면 렌즈 앞면을 손으로 가린 뒤 반셔터를 눌러 본다. 바디 앞면 오른쪽 상부에 위치한 AF보조광 센서에서 빛이 나오면 준비 끝이다. AF보조광은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을 판단해 작동한다.

플래시가 내장되지 않은 상급 기종에는 바디에 AF보조광 센서가 없다. 대신 외장 플래시에 장착돼 있다. 고급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공간이 넓은 외장 플래시로 AF보조광 센서를 옮긴 것이다. 상급 기종도 보급형과 마찬가지로 렌즈는 오토 모드로, 바디 앞면에 있는 C.S.M 으로 표기된 렌즈 AF변환 스위치는 S(싱글)모드로 설정해야 한다. 다만 상급 기종은 파인더 내 AF지점에 대한 영향은 받지 않는다. 따라서 바디 뒷면 AF지점 선택 레버는 어디에 위치해도 상관없다. 초점 위치가 어디에 있더라도 AF보조광이 연동되기 때문이다. AF보조광 센서가 외장 플래시로 나와 기능이 향상된 덕분이다.

니콘 SB-900 플래시의 경우 AF보조광은 좌'우'아래 이렇게 세 군데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AF지점이 왼쪽이면 왼쪽 센서가, 오른쪽이면 오른쪽 센서가 작동해 빛을 쏴 준다. 그러나 보급형 카메라는 렌즈 오른쪽에서만 AF보조광이 나온다. 이 때문에 초점위치를 왼쪽으로 강제 설정할 경우 빛이 렌즈 경통에 가려 제 역할을 못한다. 그래서 보급형은 AF지점 선택 레버를 반드시 자동설정(맨 위쪽)에 맞춰야 보조광이 작동한다.

외장 플래시는 사용자 설정에서 AF보조광을 on 또는 off 시킬 수 있다. 또 AF only를 선택하면 AF 보조광만 작동하고 플래시는 터지지 않아 야간 분위기를 그대로 촬영할 수 있다.

사진은 시골 우물가에서 등목하는 노부부를 AF보조광으로 초점을 잡아 플래시를 터트려 촬영한 것이다. 깜깜한 밤에도 AF보조광을 활용하면 손쉽게 초점을 맞출 수 있다. AF보조광은 통상 10m 이내 근거리 피사체에만 효과가 있다. 사진에서 보듯 1/6초의 저속셔터에도 물줄기가 흐르지 않고 순간적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플래시가 번쩍 하는 순간만 촬영되기 때문이다. 플래시 불빛이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한옥이 은은하게 살아난 것 또한 저속셔터 효과다. 오늘밤 초점잡기의 재주꾼 AF보조광을 테스트해 보자. 칠흑 같은 밤에도 이젠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다.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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