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 구수곡휴양림을 지나 숲길을 한참 걸었다. 응봉산 자락을 병풍처럼 둘러싼 소나무 길은 고요했다. 송이채취 경력 20년인 장봉호(45)·장상대(43) 씨가 앞서가며 "내 발자국을 쫓아오라"고 했다. 조심스레 걸었으나 어느새 송이를 밟고 말았다. 발 밑에 목이 꺾인 송이가 애처롭게 서 있다.
사람들 눈에 띄기 싫은지, 송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솔잎에 몸을 반쯤 숨기고 있다. "송이를 발견하면 나뭇가지나 솔잎 등으로 표시를 해둔 뒤 충분히 자란 뒤에 채취해요. 1등급 송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지요."
송이를 지키기 위해 설치해 놓은 천막을 지나 10분을 더 올라가자 30년 된 소나무 군락지가 보였다. 장 씨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잠깐 사이 크고 작은 송이 10여 개를 찾아냈다. 그의 손에 올라온 송이는 솔향과 흙내음을 안고 코를 자극했다. 무기질과 비타민의 '보고'라는 수식어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소나무의 정기를 온몸에 담고 태어난 그 자체가 신비로울 뿐이다.
그래서인지 송이는 비싸다. 값은 당일 생산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요즘은 보통 1㎏에 16만~20만원(1등급 기준) 선이다. 지난해에는 가을 송이가 거의 없었고, 2008년에는 ㎏당 53만원을 호가했다.
송이만큼 생육조건이 까다로운 것도 드물다. 소나무 부근이어야 하고, 낙엽이 많지도 적지도 않아야 한다. 햇빛의 양과 습도 또한 알맞아야 한다. 나이 든 노송 주위에선 아예 자라지 않는다. 주로 30~40년 된 젊은 소나무 뿌리 부근에 숨어있다가 적당한 비가 내린 뒤 낙엽을 헤치고 머리를 내민다. 얼마나 까다로운지 잘 자라던 송이도 사람들의 눈이 가거나 손이 스치면 생장을 멈춘다. 이들을 키우는 건 순전히 '볕과 바람, 흙, 비'의 몫이다.
올해 울진송이는 적어도 100t 이상의 생산량이 기대되는 등 풍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8t, 2008년 25t 2년 연속 참패를 만회라도 하듯 올해엔 송이가 많이 나고 있다. 24일 16㎏ 채취를 시작으로 28일에는 500㎏을 기록했다. 매일 생산량이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1등급 기준으로 ㎏당 21만원에서 시작한 송이가 요즘은 16만원 선으로 낮아졌다. 등외품의 경우 6만원까지 떨어져 송이를 접하기 한결 쉬워졌다. 송이로 인한 농가소득도 지난해 6억5천만원, 2008년 35억원을 훌쩍 넘어 올해엔 100억원 이상이 예상되고 있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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