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오르고 은행 내리고…예금금리 왜?

입력 2010-09-16 09:27:36

직장인 최준호(35) 씨는 최근 시중은행에 맡겨뒀던 돈을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으로 옮겼다. 은행 예금 금리는 내린 반면,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는 다소나마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예금 금리가 뒷걸음질치는 가운데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는 오르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 저축은행들의 예금 금리 인상세가 두드러져 눈길을 끌고 있다.

◆저축은행 금리 인상 경쟁

최근 대구의 저축은행 예금 금리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20일간 대구에 본사를 둔 저축은행 5곳 중 4곳의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가 올랐다. 참저축은행이 4.3%에서 4.6%로 0.3%포인트 올렸고, 대백저축은행이 1년 만기 예금 금리를 연 4.0%에서 4.5%로 인상했다. 엠에스저축은행은 4.0%에서 4.2%로, 유니온저축은행은 4.3%에서 4.5%로 인상했다. 대구에 영업점이 있는 토마토저축은행은 4.4%에서 4.5%로 올렸다.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 인상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국 105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평균 금리는 지난 6월 말 연 4.22%에서 14일 현재 4.34%로 0.12%p 상승했다. 지난 7월 말 4.24%였던 금리는 지난달 말 4.31%로 오른 후 보름 만에 0.03%p 다시 상승했다. 6월 말 이후 예금 금리를 올린 저축은행은 45곳(43%)이나 된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가 오르는 것은 유독 저축은행에서 예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지역 저축은행의 총수신잔액은 7월 말 현재 1조9천725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148억원 줄었다. 전국적으로도 3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면 다른 수신기관의 예금 증가세는 여전하다. 지역 예금은행의 수신잔액은 477억원이 늘어났고, 서민금융기관인 상호금융(농협·수협·산림조합)과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은 3천379억원이 증가했다.

수신은 줄었는데 경쟁은 더 심해졌다. 참저축은행은 최근 본사를 대구로 이전하면서 연 4.99% 특판 예금을 판매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 활동에 나섰다. 이에 뒤질세라 지역의 다른 저축은행들도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렸다는 것. 6월 말 결산을 끝낸 터라 영업활동을 위해 유동성 확보가 급해졌다는 시기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은행 금리는 내리고

반면 은행들은 앞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다. 대구은행은 7월 연 3.85%를 주던 1년 정기예금 금리를 8월에는 3.80%로 내린 데 이어 15일 3.60%로 인하했다. 국민은행도 국민슈퍼정기예금(1년 만기)의 금리를 지난주 연 3.70%에서 이번 주 3.60%로 0.10%p 내렸다. 우리은행은 정기예금(키위정기예금)의 기본 금리를 1년 만기는 연 3.80%에서 3.7%로, 2년 만기는 연 3.9%에서 3.8%로 조정했다. 기업은행은 서민섬김통장의 고시금리를 2년 만기는 연 4.2%에서 4.0%로, 3년 만기는 연 4.7%에서 4.5%로 내렸다. 은행들의 금리 하락은 이달 9일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채권 금리가 급락한 데 따른 것이다. 은행들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채권값이 비싸지면서 조달금리가 올라갔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까지 시중은행은 정책에 따라 금리를 소폭 변동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하지만 저축은행이 올해 초까지 유지했던 5% 이상의 고금리는 되돌아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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