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승리하는 길, 오픈 시스템

입력 2010-09-08 07:40:56

우리가 경제를 전쟁에 비유하는 이유는 형태는 다르지만 경제적 지배력의 확보가 사람들의 생사와 직결돼 있는 만큼 실제 전쟁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시중에 판매되는 경영관련 서적을 보면 손자병법 같은 고대 중국의 병법서를 인용하는 사례가 많다.

우리가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시간을 2천 년을 거슬러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전쟁을 치른 춘추전국시대로 가보자.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秦)나라는 원래 중국 서쪽 변방에 치우쳐 있던 보잘것없는 부족국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나라가 어떻게 중원의 강대국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을까? 진시황은 중국 역사의 걸출했던 목공, 효공과 같이 외국 인재를 등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기원전 7세기 중반 타국 출신의 명재상 백리해(百里奚)를 등용한 목공(穆公)은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한 사람으로 우뚝 설 수 있었으며,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혁가로 평가받는 위나라 출신의 상앙을 등용한 효공(孝公)은 전국시대 나머지 6국을 압도하는 국력을 갖출 수 있었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도 목공이나 효공같이 타국의 인재를 등용하여 국력을 키워나갔다. 대표적인 사람이 초나라 출신의 승상 이사(李斯)다. 그런데 진나라의 수구 기득권층들은 타국 출신 관료가 늘어남에 따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황제에게 외국 출신 관료를 내쫓아야 한다는 축객령(逐客令)을 건의했다. 이에 이사는 "태산은 단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높은 것이며,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았기에 그렇게 깊은 것"이라는 간축객서(諫逐客書)를 통해 오픈시스템의 중요성을 일깨워 진시황을 설득하였다. 결국 축객령은 폐지되고, 진나라는 타국 인재를 차별 없이 등용하는 오픈 시스템(Open system)을 통해 중국을 통일하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오픈 시스템은 오늘날의 경제전쟁에서도 중요한 판도변화를 가져다 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애플과 구글이다.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소프트웨어 장터를 마련해 기술을 가진 사람은 누구든지 그곳에 들어와 자신의 콘텐츠를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아이폰이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아이폰4의 예약 가입자가 하루 만에 13만 명을 넘어서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개방하여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하는 모든 개발자들이 독창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현재 애플에 대항할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도 개방이라는 말을 하면 국내 기업은 다 망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시장을 개방하면 글로벌 경쟁력이 없는 우리 기업은 망할 것이라고 예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어떤가? 삼성과 LG의 전자제품은 전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는 내구성과 디자인, 성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지금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춰 여전히 국내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서의 위상을 지켜나가고 있다.

개방이라는 화두는 현대 경제전쟁의 시대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이슈임에 반론의 여지가 없다. 더욱이 IT산업에서는 필연적인 화두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IT산업은 태생적으로 개방이라는 천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IT기술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우리 정부와 국민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에 대한 빠른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국가라는 경계가 무너지고 기업들이 저마다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오늘날, 발달된 IT기술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가진 숙명일지도 모른다.

KT는 최근 오픈 에코노베이션 센터를 구축하여 다양한 개발자들이 KT가 가진 기술을 이용해 독창적인 콘텐츠들을 개발해 낼 수 있도록 환경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상생이라는 용어를 동반성장이라는 용어로 바꿈으로써 이제는 중소 개발자들과 함께 상생의 오픈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혼자 하겠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가지고 있는 기술을 통해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한 기업이 생산역량을 얼마만큼 확보할 수 있는가가 경쟁력의 관건이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한 기업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애플과 구글의 경우처럼 기업이 가진 모든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방하여 이를 통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중요한 것이다.

역사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라고 한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미래에도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0여 년 전 남들이 개방할 때 우리만 쇄국을 함으로써 그 결과 일제강점기 36년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을 글로벌 경쟁 시대에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석호익(KT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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