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문화예술진흥사업 바꾸자

입력 2010-07-13 07:37:18

대구시는 1991년부터 '문화예술진흥기금', 2000년부터 무대공연사업을 통해 지역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적게는 작품 당 몇 백만원에서부터 많게는 1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한다.

분야별로 길게는 20년, 짧게는 10년 넘게 지원했지만, 아직 특별히 '대구산 문화예술'이라고 기억할 만한 작품은 없다. (물론 대구시가 투입하는 예산은 문화예술을 진흥시키기에 결코 충분한 돈이 아니다. 또 기억에 남을 뚜렷한 작품만이 문화예술은 아니다.)

그럼에도 20년 세월 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을 얻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다. 이는 비단 기자만 가지는 인식은 아닐 것이다. 대구문화재단은 다음 주(22, 23일)에 '문화예술진흥사업 선진화 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 예정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다.

오랜 세월 투자해 왔음에도 '대구의 브랜드'가 될 만한 작품이 탄생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문화예술진흥기금, 무대공연사업 지원 방향이 잘못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화예술 지원사업 집행과정을 상징적 예를 통해 들여다보자.

매년 대구문화재단(대구시)이 문화예술 지원사업 공고를 내면 각 단체들은 '홍길동' '춘향전' '임꺽정' '나물 캐는 아가씨' 등 자신들의 기호에 따라 작품을 선정하고, 지원서를 낸다. 그러면 심사를 통해 일부 작품은 지원사업으로 선정되고, 일부 작품은 탈락한다. 다음 해에는 '양반전' '호랑이가 담배 끊던 날 오후' '김밥 아가씨와 바퀴벌레'와 같은 또 다른 작품이 지원서에 오른다. 역시 일부 작품은 선정 지원작이 되고, 일부 작품은 떨어진다. 다음 해에는 또 이전처럼 반복된다.

이런 식이니 10년, 20년이 흘러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없다. 아니면, 엇비슷한 단체들이 매년 해오던 작업을 위한 예산으로 지원신청을 하고, 역시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아주 적은 액수가 지원된다.

대구문화재단은 올해도 문화예술 진흥사업에 18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해오던 대로 한다면 특별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변화에는 반발이 따르겠지만, 각오해야 한다.

대구문화재단은 출범과 함께 '대구문화예술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 문화예술진흥사업과 '대구문화예술 브랜드' 사업을 연계하는 것은 대구 문예진흥사업의 틀을 새로 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대구문화재단의 브랜드 사업 중 하나인 '옛 골목'을 '대구문화예술진흥 사업'의 '대주제'로 설정하는 것은 어떨까. '옛 골목'이라는 대 주제 아래, 문학, 음악, 미술, 공연 등 진흥사업 혹은 무대공연 사업의 각 분야가 총집결하도록 하자.

매년 새로운 주제로, 계통도 없이 이 작품, 저 작품 시도할 것이라 아니라 '옛 골목'을 몇 년 동안 꾸준히 발전시켜 보자. '옛 골목'이 너무 광범위 하다면, '옛 골목-북성로' 라는 소주제를 정해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문화예술지원 사업을 실시해보자.

'대구의 옛 골목'은 미술(건축), 문학, 음악, 공연 등 다양한 장르로 형상화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가 탄생하고, 대구의 문화예술산업이 자란다. 올해 1차년도 사업으로 기틀을 잡고, 내년에 그 바탕 위에 2차년도 사업으로 성장시킨다면 훌륭한 '성과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조두진 (문화부 차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