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장·호텔 주변엔 장갑차·무장결찰 배치…화장실도 짝지어 다녀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공의 최대 문제 중 하나는 치안이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남아공 국민 스스로 월드컵 개최 확정 후 '과연 안전하게 월드컵을 치를 수 있을까' 의심했을 정도다. 실제로 하루 평균 살인사건만 50건에 달하고 강도 495건, 노상강도 198건 등 남아공 치안 상태는 세계 최악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살인사건은 16.4배, 강도사건은 무려 37.5배에 달하는 수치다.
개막을 앞두고 남아공을 찾은 한국 취재진들도 강·절도 등 각종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 한 언론사 취재진은 요하네스버그 도심 취재 중 노상강도에게 머리를 맞아 기절한 채 금품을 털렸고, 또 다른 언론사 기자는 식당 화장실에서 목이 졸리는 등 폭행을 당한 뒤 금품을 뺏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방송사의 경우 주차 중인 방송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방송 장비를 훔치는 절도 현장을 발견해 겨우 장비를 지킬 수 있었고, 한 신문사 기자는 더반에서 금품을 도난당했다.
이에 취재진 사이에 범죄 경계령이 내려져 거리를 혼자 다니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공항이나 음식점 화장실에도 짝을 지어 다니는 형편이다. 일본의 방송국들은 남아공의 불안한 치안 때문에 여성 아나운서 파견을 보류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콜롬비아 대표팀이 머무는 5성급 호텔에서도 도난 사건이 발생하는 등 각국 대표팀들의 치안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18년째 남아공에 살고 있는 교민 유정화씨는 "동양인은 총기를 가지고 있지 않고,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며 사건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를 잘 못해 현지 범죄자들에게 '봉'이나 다름 없다"며 "혼자 노출되는 걸 최대한 주의하고 무리지어 다니는 등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허준(26·루스텐버그)씨도 "교민들도 백이면 백 강·절도 등을 한두번은 당했을 정도로 치안이 좋지 않다"며 "현지에 익숙한 교민들은 범죄에 덜 노출될 것 같지만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범행 대상이 되는 등 이곳 치안은 교민들도 불안해 할 정도"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스포츠 제전인 월드컵 기간이라고 해서 평소보다 치안이 더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현지 교민들의 얘기다. 정부가 월드컵 특수를 노린 범죄 조직들의 움직임에 대비, 경찰력을 최대한 동원해 치안 확보에 나서자 범죄 조직들이 반란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 문제는 이렇게 치안이 불안한데도 남아공 경찰력은 15만명에 불과하고, 군인까지 합해도 22만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백인이나 부유한 흑인들이 신변 보호를 위해 고용하는 사설 경찰 30만명보다도 적은 수치다.
이처럼 불안한 치안 탓에 각국 대표팀들에 대한 경호가 더욱 삼엄하다. 한국 대표팀의 경우 남아공 입성 후 요하네스버그에서 루스텐버그로 이동할 때 경찰차 5대와 사복 경찰 차량 2대, 헬기까지 동원해 호위했고, 도착 첫날 루스텐버그의 대표팀 숙소인 헌터스 레스트 호텔엔 장갑차 3대, 경찰차, 구급차 등 20대의 경찰 차량이 배치되기도 했다. 이후 경찰 20명이 24시간 2교대로 호텔 내 순찰을 돌고 있다. 훈련장으로 이동할 때는 경찰 차량 5대가 경호를 맡고, 훈련장에도 장갑차와 무장 경찰들이 동원돼 철통 경호를 서고 있다.
레세고 맡지 루스텐버그 치안 책임자는 "보안상 월드컵에 대비해 루스텐버그 치안 확보 및 한국 대표팀 경호에 얼마나 많은 경찰력과 장비를 배치하고 있는지 정확한 수치를 말해주기는 힘들지만 호텔에 머물 때나 이동시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경찰력은 충분히 배치하고 있다는 점만은 자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아공 루스텐버그에서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