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적혈구 크기 펌프' 개발

입력 2010-05-17 10:50:18

포스텍 이상현 박사-미 미시건대 공동연구팀

혈액 한 방울의 1% 정도 양으로도 뇌졸중의 전조를 진단할 수 있는 마이크로 유체칩과 적혈구만한 작은 세포도 치료할 수 있는 치료기구 등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이 모든 기술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적혈구 크기의 펌프(pump)가 한국-미국 공동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이상현(사진) 박사와 미국 미시건대 앨런 헌트 교수팀은 나노 크기의 절연체가 일반 반도체와 같은 전기 전도 현상을 갖는 것을 발견하고 그 근본 원리를 규명하는 한편 이를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적혈구 크기의 전기운동학적 펌프를 개발했다.

나노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온라인판 17일자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로 선정된 이 연구결과는 특히 마이크로 유체 분석칩이나 나노크기의 반도체 등에 아주 쉽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미 연구팀은 유리와 같이 전기를 전달하기 어려운 성질을 가진 절연체가 나노미터 크기로 작아지게 되면 아주 낮은 전압으로도 전류를 흐를 수 있게 되지만 이 현상이 가역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이를 이용해 나노크기의 기기들의 전극으로 사용가능한 액체-유리-나노전극을 개발했다.

순수한 부도체인 유리로만 만들어진 이 전극은 도체와 부도체를 동시에 집적할 필요가 없어 마이크로 유체분석칩과 같은 작은 장치의 집적을 보다 쉽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전극을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전기운동학적 펌프도 함께 발표했다.

이 기술은 동전만한 크기의 칩에 미세가공기술을 이용해 화학 분석장치들을 집적해 놓아 혈액 한 방울의 1%로도 어디서나 질병을 분석해낼 수 있어 '칩 위의 실험실'로 불리는 마이크로 유체분석칩은 물론 절연체의 전도성질 때문에 상용화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빚었던 나노크기의 반도체, 단일 세포를 치료할 수 있는 첨단 나노크기 의료장비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현 박사는 "지금까지 전기운동학적 동작체나 센서는 반드시 도체와 부도체를 동시에 집적해야 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마이크로 크기의 장치를 개발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 연구성과는 생명공학 분야뿐만 아니라 소형화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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