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도 격차 '서러운 지방 노인들'

입력 2010-01-15 09:41:33

갈수록 벌어지는 수도권과의 집값 격차로 대구경북 사람들의 노후 대책이 위협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에서 일반화됐고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주택연금(집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연금을 타는 상품) 신청자들을 조사해본 결과, 수도권과 대구경북의 연금 수급액이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산업 성장성, 인구 증가 여부 등에 따라 집값이 결정된다는 구조를 감안할 때 대구경북 사람들은 은퇴 이후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 빈곤을 겪을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정부 보증 주택연금 사업을 하고 있는 주택금융공사 대구경북지사에 따르면 2007년 7월 주택연금 출시 이후 지난해 말까지(총 가입자 수는 2천334명) 가입자들을 분석한 결과, 서울(신청자 871명)에서 집을 잡히고 연금을 타간 사람들은 한달 평균 128만8천원을 받아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대구(신청자 80명) 노인들은 한달 평균 59만1천원을 받고 있었다. 서울 연금 수령자들과 비교할 때 절반 정도 액수에 불과한 것. 대구 노인들은 집을 잡히고도 최저 생계비 수준의 돈밖에 받지 못하고 있었다.

연금 수령액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집값 격차 탓이다. 정부 보증 주택연금은 집값을 산정한 뒤, 이를 담보로 쳐서 매달 연금을 주는 제도인데 대구의 집값이 서울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택연금을 신청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값을 평균해보자. 서울은 1채당 3억4천600만원이었는데 대구는 1억3천400만원이었다.

평균값이 아니라 주택연금 신청자 중 가장 비싼 집을 잡힌 사람들을 살펴보자.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주택연금을 신청한 70대 노부부의 아파트는 9억원이었다. 이들 부부는 이 집을 잡히고 매달 381만1천원의 연금을 받고 있었다.

대구에서는 수성구 범어동(3억2천만원)과 만촌동(3억1천700만원)이 최고 집값이었다. 최고가 주택을 비교해볼 때 서울이 대구의 3배였다. 범어동과 만촌동의 주택 연금 신청 노인들은 월 147만~152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었다. 최고액 집을 잡힌 사람들의 연금액을 따져도 대구는 서울의 절반 수준이다.

대구의 주택연금 수급자들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59만1천원)은 서울(128만8천원)은 물론, 인천(71만원)·경기(108만5천원) 등 수도권에 크게 밀렸고 부산(68만6천원)에 뒤진 것은 물론, 대전(62만원)보다 낮았다.

한편 전국적으로 경기 성남에 사는 80대 노인이 8억5천만원짜리 아파트를 맡기고 매달 436만3천원의 연금을 수령, 연금 수령액으로는 최고였다. 지역별 1인당 지급금 규모는 서울 서초구가 월평균 270만2천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전남 순천에 사는 이모(62)씨 부부로 7천500만원짜리 집을 맡기고 월 9만2천원을 받았다. 대구에서는 북구 검단동에 사는 노인이 5천500만원짜리 집을 잡힌 뒤 월 15만2천원을 받고 있었다.

전국적으로 가입자 평균 연령은 73세였으며 70대가 53.6%로 가장 많았다. 최고령 주택연금 가입자는 경기 고양 일산동에 사는 이모(98)씨로 2억1천300만원짜리 아파트를 잡히고 월 92만3천원을 받고 있었다.

주택연금은 60세 이상의 고령자(부부 모두 충족)가 소유주택을 담보로 맡긴 뒤 금융회사에서 노후생활자금을 연금방식으로 대출받는 제도. 집은 있으나 소득이 부족한 고령층에게 주거안정과 생활안정의 혜택을 동시에 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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