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전문가 40명이 본 "대구 경제 이렇다"

입력 2008-08-26 09:39:24

기업인 대다수 "세계육상대회쯤 경기회복 될것"

대구경제가 십수년째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국제경쟁력 약화라는 글로벌 요인에다가 지방이라는 구조적 한계, 내부역량 부족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희망을 갖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최일선에서 기업을 경영하거나 기업 관련 지원을 하는 기업인, 기관·단체장, 경제학자로부터 대구 경제 현주소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받아보았다.

◆경제, 얼마나 어렵나?

지역경제 리더들은 현재의 대구 경제에 대해 '당장은 힘들지만 크게 걱정할 것 없다'(10%·4명)와 '보통'(2.5%·1명)이라는 응답은 소수에 불과했고, '우려할 만한 상황'(80%·32명), '최악의 상황'(7.5%·3명)이라는 응답이 절대 다수를 차지, 비관적으로 진단했다.

단기적인 경기회복 시기에 대해서는 '2009년 하반기부터'가 47.5%(19명),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쯤'이 32.5%(13명), '2010년쯤'이 12.5%(5명)로 2, 3년 후에는 경기가 현재보다는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이 국내 경기회복 시점 전망을 내년 하반기로 보는 것과 달리 지역 경제리더들이 2011년쯤으로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지역 경기전망을 더 어둡게 보고 있고,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지역과 비교한 대구의 부문별 경쟁력(위상)에 대한 평가에서 지역 경제리더들은 상대적으로 후하게 평가했다. 경제(산업) 전반적인 경쟁력은 '낮다(23명)'거나 '매우 낮다(11명)는 응답이 85%를 차지한 반면 교통인프라, 교육·의료, 문화산업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통인프라는 '높다(17명)'거나 '보통(18명)'이 87.5%를 차지했고 '낮거나 매우 낮다'는 응답은 10%(4명)에 불과했다. 의료분야는 '높다(16명)'와 '보통(14명)'이 85%, 교육분야도 '매우 높거나 높다(28명)'가 70%를 나타냈다. 문화 예술분야도 '보통 이상(33명)'이라는 응답이 82.5%에 달했다.

경제(산업)부문 경쟁력을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는 반면 교통, 의료, 교육, 문화산업 등의 위상을 비교적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은 지식기반산업 육성에 대구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에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책임, 누구에게 있나?

대구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근본원인(복수응답)을 경제 내외적인 부문으로 나눠 물어봤다.

경제외적인 부문으로는 ▷인재 부족, 신산업 발굴 및 육성 미흡 등 안목 부재(20명) ▷인프라 등 경제기반 허약(19명) ▷정치적 접근에 치중한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15명) 등 우리 내부의 탓이 더 크다고 응답했다. ▷수도권 위주의 정부정책(12명) ▷ 역대 정권의 차별(6명) 등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리더들은 적었다.

경제 내적인 부문(복수응답)에서는 ▷기술개발투자 미흡(22명) ▷내수 부진(13명) ▷원자재가격 상승(12명) ▷부동산시장 침체(9명) 등의 순서로 꼽았다.

지역 경제의 문제점을 내수 부진이나 원자재가 상승, 부동산시장 침체 등에서 찾는 단기적인 시각 못지않게, 많은 응답자가 기술개발 투자 미흡(22명)을 꼽은 것은 지역 경제가 중국 등 개도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대구 경제의 체질이 약화된 책임(복수응답)에 대해서는 지역정치권(9명)과 청와대 및 중앙정부(8명)보다 지역 경제계와 기업인(22명), 대구시(15명)라는 응답이 훨씬 높았다. 대구 경제의 체질 약화가 외부요인에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지자체와 지역경제 주체들의 자주적 노력이 미약했기 때문인 것으로 본 것.

대구 경제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내부요인(복수 응답)에 대해서도 반기업적 시민정서(1명), 업종 간 이해다툼(1명)보다는 ▷기업·기업인들의 현실 안주 및 혁신 부재(32명) ▷경제주체 간 분열과 컨트롤 타워 부재(15명) ▷여론주도층의 무지·안목 부재(13명)로 분석, 지역경제 도약을 위해서는 지역 경제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김범일 대구시장의 선거공약으로, 시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정책에 대한 평가는 인색했다. ▷구호뿐으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8명) ▷다소 미흡하다(18명) ▷외지기업 중심이다(6명)는 답변이 80%를 차지했고 민선 1·2·3기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응답은 20%(8명)에 불과했다.

대구시가 스타기업 프로젝트, 외국인 투자와 역외기업 유치, 신규 공단 조성 등 '기업하기 좋은 도시'정책에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성과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지역 기업들에 가장 부족한 기능(복수응답)을 묻는 질문에는 ▷연구개발(35명) ▷마케팅(17명) ▷설계·디자인(11명) 등의 순으로 지적했다. 기업 및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제품 고급화와 신상품 개발을 위한 기술력 향상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지만, 영세성으로 연구개발 의지와 능력이 결여되어 있음을 드러냈다.

이춘수·이재협·최경철·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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